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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10 13:35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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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스겟소리로 가장 많이 나오는 이름이 영란씨다.

“영란씨가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했네요”
“영란씨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줄 몰랐네요”
“영란씨 무서워서 밥 편히 먹겠어요” 등 끝이 없는 농담들이 오고간다. 일명 김영란법 후폭풍에 대한 풍자요 위트다.

암튼 이 김영란법 때문에 법이라는 것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렇게 피부로 느낄줄을 미처 몰랐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인 올 추석부터 기미는 있었다.

추석명절 선물로 나주배가 그런대로 잘 팔렸었다면 올해는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났다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과일뿐만 아니라 한우선물세트도 아예 날벼락을 맞았다고 호들갑이다.
올 추석은 김영란법 시행 이전인데도 이미 소비심리는 사실상 위축되고 있었던 셈이다.

김영란법이 추석경기에 영향을 미쳤을때만 해도 그 효과가 어느정도 갈지 예측이 쉽지 않았다. 다만 무엇인가 변화는 올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있었을뿐이다.

하지만 막상 시행일이 되고 뚜껑이 열리자 사회전반에 끼치는 영향은 무시못할 바람이요, 태풍이요, 약간 과장하자면 개벽이다.

일단 법이 인간사회에 끼치는 심리적 영향에 대해 이제 모르는 국민들이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인식시켰다.

우선 학교현장부터 달라진 듯 하다.
직무연관성이 있으면 그 어떤 접대도 불법이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흔히 말하는 음료수조차 학교측은 손사래친다. 자판기 커피 한잔도 쉽게 받지 못한다.

댓가성이 없다고 해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애매해 아예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 학교측의 반응인 것 같다.

공기업이 포진해 있는 혁신도시의 경우에는 점심시간과 저녁시간대 풍경이 달라졌다. 일반인들과의 식사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어느 공기관 직원의 말대로 “법이 시행됐으면 분명히 시범케이스로 누군가가 걸길 것인데, 이런 분위기에서 어느 누가 일반인들과 편히 밥을 먹겠느냐? 차라리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먹는 것이 낳다”고 하소연한다.

친한 일반인 지인들과도 쉽게 밥 약속을 잡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영란씨 때문에 우리사이가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스겟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언론을 보면 국민들 70% 이상이 김영란 법 시행에 찬성하고 공감한다는 내용이 보도된 적 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부정과 부조리가 만연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반칙과 편법이 일상화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가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희생도 따른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사회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불법과 부조리를 막기 위해 법이 시행되었는데, 본의아닌 피해자가 양산된다는 점이다.

한우농가, 과수농가, 음식점, 꽃가게, 선물코너 등이 된서리를 맏고 있다.
김영란 법에 의해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면 부당하게 이득을 봤던 이들이 손해를 봐야 하는데 김영란 법은 희생범위가 너무 크고 넓다. 무엇인가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러한 진통의 기간의 지나가면 분명 우리사회는 한단계 진일보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래서 나는 영란씨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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