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계삼소[虎溪三笑]

  • 입력 2017.05.02 17:35
  • 수정 2017.05.02 17:36
  • 기자명 박천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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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계(虎溪)라는 개울가에서 세 사람이 웃는다는 뜻으로, 유(儒),불(佛),도(道=仙)의 진리가 그 근본에 있어 하나라는 것을 상징하는 이야기.

중국 동진시대 고승 혜원법사(慧遠法師)는 강서성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서 살았는데 손님을 보낼 때 산문의 계율을 지켜 앞 골짜기 호계의 돌다리를 결코 건너지 않았다.

~그림자는 산을 넘지 않고, 발자취는 속세에 물들이지 않는 법. / 영불출산[影不出山],적불입속[跡不入俗]~
어느 날 혜원법사는 도연명(陶淵明/유학자)과 육수정(陸修靜/도사), 두 사람이 방문했을 때 청담(淸談;俗되지 않은 담화)에 도취한 나머지 전송 나가서 무심코 그만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범이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알게 된 세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크게 웃었다는 고사이다. <여산기>

국내 종교단체 간에 <삼소회>라는 모임이 있다. 여기 세 사람이 깨달음을 터득한 뒤 함께 크게 웃으며 즐거움을 나누었다는 ‘호계삼소’에서 따온 것이다. 종교 간의 배타적 편견의 벽을 허물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사는 사랑의 실천에 앞장선다는 목적 하에, 불교의 비구니, 천주교의 수녀, 원불교의 정녀님들 다수가 참여한 모임이다.

몇 해 전에 타계하신 법정스님과 김수환 추기경님이 생존당시 종교 간의 교감과 화합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그 공덕이 찬연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5월 3일이 불기2561년 석가탄신기념일이다. 불교계에서는 연등제를 위시하여 각종자축행사로 초록빛오월을 열게 된다. 맑고 푸른 오월의 하늘아래 성인의 탄생을 기념하는 사찰예식마당에서, 여느 해처럼 함께 참여하는 다른 종교인들의 미담을 또 만나고 싶다. 그래서 많은 불제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와 품앗이를 지어 받았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오랜 전통의 불교가 있는 반면 세계에서 보기 드문 다양한 종교단체가 존재하는 다종교사회이다. 종교란 ‘가지가 무성한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라는 ‘간디’의 말처럼 무성하고 다양함의 종교 속에 내 종교도 존재할 수 있음이기에 거기서 내 진리의 빛을 영원히 발산시킬 수 있는 풍토(風土)를 가진 셈이다.

내 종교가 소중하면 상대의 종교도 소중함의 이치를 알고 종파 간에 서로 격려하고 수긍하며 융성한 인류의 문화사속에서 신앙생활을 함께 공존, 향유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1971년 7월 ‘기독교사상’에 제시한 법정스님의 수상록 '진리는 하나다(무소유)' 의 내용은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갖게 된다. 여기서 한구절만 소개해보자. “만약 오늘날 예수님과 부처님이 자리를 같이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릇된 고정관념으로 서로 으르렁대는 사이비 신자들과는 그 촌수가 다를 것이다.
 
아마도 의기가 상통한 그들은 구태여 입을 열어 수인사를 나눌 것도 없이 서로 잔잔한 미소로써 대할 것만 같다. 그들의 시야는 본디 영원에 가 닿아있기 때문에..” 이것이 이미 동진시대(약1600년 전)의 호계삼소 ~라고 하는 것이다. <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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