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사랑 사랑 내사랑이어라”

소리로 문화로 때로는 미소로 나주를 홀릭하다

  • 입력 2017.09.29 11:14
  • 수정 2017.09.29 11:16
  • 기자명 정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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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 숨은 보물 시립국악단의 두 얼굴이 있다. 나주곳곳에서 판소리(창)로 시민들을 즐겁게 해주고 다니는 두 소리꾼 이이화와 김송지를 찾았다.

드높은 가을하늘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 시내 금성관 동익헌에서는 국악한마당이 펼쳐지고 있었다. 구경나온 남녀노소 관광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신나는 나주시립국악단(단장 윤종호) 장단에 맞춰 흥겹게 함께하고 있었다. 우리소리 우리장단은 어디서 접해도 흥겹게 느껴진다. 이날도 두 소리꾼은 어김없이 깊고 풍부한 감성과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올해 우리나이 29세의 이이화, 25세의 김송지는 어려서부터 소리를 좋아해 어린 시절 국악에 입문 같은 스승에게 배우고 학교도 같은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가창력이나 수상경력을 보면 분명 두 소리꾼은 중앙 무대를 드나들며 유명 연예인처럼 활동해야 하나 유독 나주에 연고를 두고 나주시립국악단 비상임 활동을 하고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화와 송지는 유명한 서울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전국대회에서 대상 등 우수한 성적으로 많은 시상대에 오르기도 했으며 각종 방송매체의 공연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지금도 섭외가 들어오면 공연을 다녀오곤 한다.

▲ 이화
▲ 이화
이화는 10살 때 가야금병창을, 송지는 6살에 판소리를 시작으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굳이 나주에서 활동하는 이유를 묻자 고향이 좋아서이며 남도소리의 고장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나주사람들이 국악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화와 송지는 태어나 자란 곳이 영산포 영산동과 택촌마을이며 이곳에서 한 스승에게 소리를 배웠다.

▲ 송지
▲ 송지
이화가 부르는 춘향가 중 이별가를 듣자면 소리를 처음 접해본 이들도 푹 빠져들게 한다. 굵고 맑은 목소리는 이화만의 자랑이다. 송지 또한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카랑카랑하면서도 높은 고음이 타고난 소리꾼임에 틀림없다.

나주시립국악단 윤종호 단장은 두 사람을 이렇게 소개했다. “소리가 야무지고 소리 길을 알고 부른다는 평을 받는 나주의자랑 전남도립국악단의 전지혜 명창에 이어 두 소리꾼 이화와 송지는 나주의 보물이다.
 
어쩌면 환상의 소리꾼이 한 세대에서 놀아난다는 것은 나주의 자랑이자 관객에게 국악세계를 일깨워 주고 있다. 특히 나주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상설공연에서 두 소리꾼이 토해내는 가창력을 거름 없이 코앞에서 감상한다는 것은 감동적이다. 열악한 자치단체에서 광역지자체의 국악단 못지않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두 소리꾼 이화와 송지가 있어서”라고 자랑했다.

이화와 송지는 20년 남짓 소리를 하면서 나름 어려운 과정도 많았다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얘기하기도 했다. 이화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 중앙방송국 최종개표 발표와 함께 환영방송 무대 출연이 있었는데 지지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당선되자 무대에서 표정이 밝지 못해 당황한 적이 있고 송지는 공연장의 특성상 한시간 반동안의 긴 공연으로 물을 많이 마셔 소변을 참다못해 무대에서 주저앉는 일도 있었다며 관객 앞에 선다는 것이 가창력보다 더 힘든 일들도 많다고 했다.

앞으로 활동계획을 묻자, “현재 활동하고 있는 그대로가 좋다. 아쉬움이 있다면 시립국악단 상임단원으로 활동하고싶지만 활동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여건상 비상임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자체 경제적 사정으로 만족할만한 수당을 받는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시립단원으로 활동하는 환경에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연습공간이 불편하다고 했다. 문화예술회관 지하에 있는 습한 실내공간에서 연습한다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나주에는 국악단 공연에 맞는 (전용) 공연장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공연장을 찾은 한 시민은 “나주에는 유명한 소리꾼들이 많다. 시대적 소리꾼들에 대한 처우개선에 자치단체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행사위주의 국악지원에서 벗어나 명창을 찾아 남도소리 본고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분명 나주의 자랑이기에 국악을 사랑하는 나주인들이 아끼고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은 보수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혹시나 활동무대를 타지로 옮겨갈까 걱정이 앞선다. 이제 두 소리꾼은 명창이라는 이름표와 함께 평범한 한 가정도 꾸리는 여성의 길도 가야한다. 그러기엔 나주가 이들을 사랑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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