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평중학교의 특별한 졸업식 “눈에 띄네”

올해로 두 번째 세책례(洗冊禮)와 진다례(進茶禮) 거행

  • 입력 2018.02.12 12:58
  • 기자명 정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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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해방감의 표출로 인한 계란 던지기, 밀가루 퍼붓기, 교복찢기 등 볼상 사나운 모습들이 연상되는 기성세대의 졸업식 문화에 큰울림을 주는 특별하고 아름다운 졸업식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3년동안 가르쳐 준 선생님과 부모님의 은혜에 예(禮)를 갖추어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우리 고유의 졸업의식인 세책례 (洗冊禮)와 진다례(進茶禮) 졸업식이 2월 8일 남평중학교(교장 변정빈) 지석강당에서 펼쳐진 것.

이날 이색 졸업식에는 장행준 시의회 부의장, 윤정근 시의원, 최춘옥 남평읍장, 지정연 남평파출소장, 김승희 (전)전라남도교육청 교육국장, 황성춘 광남고등학교장, 송용석 미용고등학교장, 이정석 (전)영산포여중 교장, 김미숙 남평초등학교장, 정옥화 남평중학교 총동문회장, 윤영수 평우회장을 비롯한 졸업생, 재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양쪽으로 도열한 재학생 후배들의 청사초롱 사이로 학동복을 입은 졸업생들이 입장하며 시작된 이날 졸업식 졸업마당 1부에서는 남평중학교와 다도분교장 졸업생 51명 전원에게 개인별 졸업장을 수여하고, 시상식을 가진 뒤, 2부순서로 한국차문화협회 순천지회 김영애 선생님의 집례(執禮)로 세책례(洗冊禮)의 시작을 알리는 학생 대표의 청원서(請願書) 낭독, 변정빈 교장의 세책례 승인, 선생님께 회초리와 헌책을 바치는 의식, 선생님이 제자들의 장단점을 글자로 표현해 내리는 성적표 단자수신(單字修身),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한 잔의 차를 우려내 스승님과 부모님께 올리는 진다례(進茶禮)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세책례(洗冊禮)는 조선시대 정조가 왕실과 서원 등에 보급해 서당에서 책을 뗄 때마다 학동들이 훈장님께 감사를 표하는 행사로 우리 민족의 교육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전통문화이며, 진다례(進茶禮)는 삼국시대의 헌다의식 (獻茶儀式)이 발전된 것으로, 주요행사에 차(茶)를 올려 예(禮)를 다 함으로서, 학업보다 인성(人性)과 배움의 자세를 먼저 생각했던 선조(先祖) 들의 교육철학(敎育哲學)이다.

세책례(洗冊禮)의 세(洗)자는 씻는다는 뜻이 아니고, 갈고 닦는다는 뜻으로 몸가짐과 행동, 앉아도 단정하게 앉아서 몸을 닦는 공부를 하라는 뜻으로, 게으른 학생에겐 부지런할 勤(근), 성미 급한 학생에겐 참을 忍(인) 등의 글자를 봉투에 담은 단자수신 (單字修身)을 제자에게 전달 했던것이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거행된 전국 유일의 세책례(洗冊禮)와 진다례(進茶禮)를 주제로 한 이번 졸업식은 지난 한 해 동안 남평중학교가 시행한 진선미 인성캠프 프로그램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차 명상(茶 冥想), 다례교육(茶禮敎育), 다도(茶道)경연대회, 스승의 날 진다례, 학생·학부모·교직원이 함께하는 차문화 체험활동에 이어 마지막 단계로 기획된 인성교육의 결정체인 셈이다.

변정빈 교장은 “날로 무미건조해져 가는 세상 속 에서 작지만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간과해 버리기 쉬운 요즘, 특별한 졸업식을 통해 선생님과 가족의 노고와 사랑에 감사 드리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날 졸업식의 진수는 2부 세책례 끝에 선생님 전원이 무대에 올라 통기타와 합창으로 참새와 허수아비를 졸업생 축가로 들려 주었고, 스승의날 노래와 어머님 은혜 경음악이 잔잔히 울리는 가운데 거행된 진다례(進茶禮)에서 참석자들은 가슴에 벅차 오르는 뭉클함을 느끼며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은혜를 가슴깊이 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번 남평중학교 졸업식은 학생회가 주관하고 나주교육지원청(교육장 서춘기), 한국차문화협회 순천지회(회장 김영애), 세계홍차연구소(소장 김영애)가 후원하고 나주향교, 남평향교의 협찬을 받아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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