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보다 두부가 더 싸다! 어쩌라고

  • 입력 2018.07.09 13:42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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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그만큼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습니다”

위에 글은 한국전력의 김종갑 사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원료인 콩을 가공해서 두부를 만드는데 현재 원료로 들어가는 콩보다 두부가 더 가격이 싸다 푸념성 글이다.

석탄이나 석유 또는 원자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 판매하는데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는 비유로, 참 알기쉽게 이야기의 본질을 전달하는 재주가 있다.

이렇게 값싼 전기를 공급해줘서 국민들은 한전에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그런데 역으로 이런 생각을 해보자.

그렇다면 한전은 영업흑자를 낼 때 전기요금을 내린적이 있었나?
한전은 그동안 영업흑자를 내면 임직원들 성과급 잔치로 언론의 도마에 오른적이 많았다. 흑자를 내면 임직원들 성과금으로 잔치를 벌이고 적자를 내면 전기요금이 원가에 미치지도 않는다며 전기요금 인상안을 들먹거린다.

우리도 알기쉽게 이야기하면 이렇다.
흑자를 보면 한전만 배부르고 적자를 보면 국민들이 손해를 대신 져야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전기요금 인상의 실체다.

게다가 한전은 공기업이다. 물론 이익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공기업의 가장 큰 가치는 공적영역에 대한 기업의 역할과 의무다.

한전은 전기를 생산해 이익을 보는 사기업이기 이전에 전기를 생산해 국가발전과 국민생활증진에 기본적 토대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더 큰 공기업이다.

그런 공기업이 “흑자를 보면 한전 몫이고 적자를 보면 국민 몫”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되겠는가?

최근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한전은 항상 선두를 지키고 있다.
“책임은 없고 권리만 있는 회사”이니 누구나 신의 직장으로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근 한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최근 한전은 3분기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 2분기 역시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적자분에 대해 한전은 그 어떤 자구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되려 임직원들의 처우와 관련해 연봉과 복리후생비 등은 더욱 올랐다.

그리고 적자분에 대해 전기요금 인상을 들먹이고 있는 셈이다.
김종갑 사장은 지난달 한전의 적자는 견딜만한 상황이라며 아직은 적자에 대해 한전 내부적으로 흡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에는 두부가 원료인 콩보다 더 싸다고 에둘려 한전의 전기요금 불합리에 대해 잽을 던지는 듯한 행위를 펼쳤다.

일명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간보는 듯한 시추에이션을 보인 것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싸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의문을 달지 않는다.
전기관련 전문가들도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싸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바로 한전이 그동안 보여줬던 이중성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로 인해 회사운영이 어렵거든 먼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허리띠도 졸라메고, 과도하게 누렸던 특권도 내려놓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 국민들에게 손을 내밀어라. 지금처럼 한전 내부에 고통분담 의지도 없는데 어느 국민이 동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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