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도시 나주에 여성들은 어디에 있을까

  • 입력 2019.01.09 16:39
  • 수정 2019.01.09 16:40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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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다례
▲ 백다례
우리 나주시가 금년부터 여성친화도시가 되었습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금번의 결정은 여성친화도시를 조성할 기초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여성친화도시는 5년 후 다시 심사를 받게 됩니다. 그러니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나주시의 도전과 성과는 매우 뜻 깊은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출산 · 고령화는 물론 꾸준히 유입되는 젊은 여성들의 증가로 여성친화적인 공공서비스 확대와 도시환경 개선은 당면과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주시가 지속·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양성평등의 가치와 구체적인 제도 개선은 시대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미 여러 선진국 및 도시들은 ‘성평등한 도시’, ‘남녀공동참여 선언도시’처럼 좀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성별 차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고려하는 도시계획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성친화도시(女性親和都市)란 개념적으로 보면 ‘남녀가 도시의 지역 정책과 발전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하여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보장되며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의미합니다. 이 단 한 줄에 압축되어 있는 여성친화도시의 개념에는 도시의 발전 비전과 가치가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지역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이 전제되지 않으면 현실 속의 도시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먼저 여성친화도시를 추구하는 배경은 현재의 도시가 남성친화도시, 즉 남성들이 더 살기 편한 도시환경이라는 것을 전제로 출발합니다. 남성적인 도시환경이란 물리적인 공간이나 시설이 여성과 아동, 노약자들의 안전이나 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경제·문화 전반의 영역에서 개인적 성취나 삶의 질을 추구하기에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엇보다도 성별분업이 당연시되는 유교적 가부장제 의식이나 관행이 강한 지방도시의 경우 이러한 개념을 전체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여성친화도시란 물리적 환경은 물론 제도와 문화 전반을 개조하는 매우 큰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큰 과제를 풀어가는 도정에서 일차적으로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나주시의 현재 조건이나 환경은 어떨까요? 먼저 여성친화도시로 가는 필요조건을 살펴보면 시민사회 안에 여성전문가 및 여성리더 집단이 형성되어야 하며 관련 조직의 활성화가 필수입니다. 또한 행정조직 내에서는 여성관리자의 수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여성의 욕구와 문제의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여성 자신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시민사회 안에서는 여성전문가를 포함한 여성 중간조직들이 모아내야 하며 정책을 직접 담당하는 행정조직 안에서는 여성 고위관리자들이 여성의 관점에서 집행해야 합니다. 여러 비판적 의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할당제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두 번째로 현재 나주시의 조건이나 환경실태입니다. 먼저 나주시민사회 내 여성조직 및 활동가 그룹 수가 매우 미미합니다. 2018년도 나주시 자료를 분석해 보면 여성이 리더이거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단체는 전체 102개 중에 13개 안팎에 불과합니다. 또한 이들 조직의 특성을 대략적으로 볼 때 나주사회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영역과도 거리가 멉니다. 또한 행정조직 내도 사정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금년에 강인규시장의 파격적인 인사단행으로 여성관리자 수가 꽤 늘어나긴 했으나 여성관리자 비율은 전체 여성공무원의 비율인 46%에 비해 턱없이 낮은 10%에 불과합니다. 즉 5급 사무관급 이상인 여성관리자는 2018년 말 기준으로 9명에 불과하여 전체 62명 중 15% 가량에 불과한 수치라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여성친화도시로 가는 여정의 시작에서 수많은 과제가 있지만 우선적으로 나주시가 고민해야 할 사업은 두 가지입니다. 행정을 매개할 여성 시민조직 설립을 지원하고 시대에 맞는 여성리더 및 활동가 그룹을 양성하는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서둘러야 합니다. 다음으로 행정조직 개편을 통해 현재 사회복지과에 소속되어 있는 여성친화팀을 특별조직으로 독립시키고 조직 규모를 확대해야 합니다. 주민자치시대에 진정 여성이 주체가 되어 주도적으로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최소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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