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성주부의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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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2.13 14:41
  • 기자명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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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버린 겨울 방학



입춘 추위를 톡톡히 하는 여러 날이다.

따뜻하고 쾌청한 날, 코끝에 묻어오는 바람이 정녕 봄을 느끼기에 충분했는데 이렇게 세찬 바람이 불고 눈발이 휘날리니 다시 겨울의 한 복판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곳저곳에서 심심찮게‘봄’이라는 단어가 쑥쑥 그 얼굴을 내밀 즈음 우리 집에는 실제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시계가 둘이나 있다.

지난해 12월의 끝자락에서 시작되었던, 설레임으로 가득했던 길고 긴 겨울 방학이 이제 그 꼬리를 다 내놓고 모습을 감추려하기 때문이다.

밀린 숙제로 아이들이 바빠진 것이다. 평상시 보다 늦은 기상에도 영 졸음을 쫓아버리지 못하고 비몽사몽간에 아침 식사 끝내면 다시 이불 속으로, 그렇게 빈둥빈둥 오전 시간을 다 보내고 점심 식사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하루 일과를 챙겨보는 것이다.

그제서야 그 날 하루 해놓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해놓고 다시 책을 잡고 빈둥빈둥, 이야기하며 빈둥빈둥, 그림 그리며 빈둥빈둥......

아이들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계속되는 이 시간들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정말 이래도 되나?

얼마 전에 있었던 서울 친척집 방문 때 나는 보았다. 그들의 방학이 얼마나 바삐 돌아가는가를......

학기 중에는 학교생활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었다고, 새 학기를 준비해야 한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시락을 싸서 이곳저곳 학원을 돌고 있었다.

주말에는 주말대로 많은 프로그램이 줄을 서고 아이들은 아무런 감각 없이‘이렇게 해야해, 그렇지 않으면 큰일나’하는 외침뿐이었다. 나는 정말 너무 많이 놀라고, 혼란스러웠다. 이 모든 정황이 텔레비젼 속의 연출이 아니라 내 이웃, 또 다른 나의 가족들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일이 갑자기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느껴질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사안을 가장 단순화 시켜보는 것이다.‘ 왜 공부를 하는 것일까?’‘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세상일은 참으로 많고 다양하다.

그 곳에서 느끼는 보람과 기쁨도 많고 다양하다. 그런데 이것에 욕심이 더 해지면, 모두를 앞서는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로 정해지면 여유가 제일 먼저 없어진다.

그리고 행복도 기쁨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저 전쟁이 있을 뿐이다. 겨울 방학 40여일 동안 뒹굴뒹굴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나는 기다린다.

아이들이 세상을 읽어 내기를,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기를,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에너지는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저장해 두어야 하는가를 알아내기를......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야, 너희들! 방학동안 충분히 쉬었지?”“네”

“아직도 스트레스가 남았냐?”“해야 할 일이 밀렸을 때는요.”

3월 새 학기가 시작하고 나면 아이들은 미처 대처하지 못한 새로운 수학 공식에 잠시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여유롭게, 편안하게 보낸 이 시간들은 분명 아이들에게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 활기찬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켜줄 것이다. 난 나의 아이들을 믿는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행복하거라, 행복하거라, 세상 속에서 행복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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