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성주부의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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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3.16 14:41
  • 기자명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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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꽃을 오래보려면



작은 화분 속에 담긴 노란 수선화가 봄을 재촉한다.

긴 겨울동안 유채색보다는 무채색에 눈이 더 익숙해진 탓에 화분 속 노란 수선화가 유난히 화사하고 향기롭다.

오늘은 행사장에서 조금 욕심을 내어 꽃이 만발한 심비디움 하나를 가져왔다.

이렇게 예쁜 화분이 나의 차지가 되다보니 오늘 하루 힘든 것도 모르겠고 마냥마냥 행복하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길고 커다란 화분에 비해 그 무게가 너무 가벼웠던 것이다. 흙이 아니라 나무껍질들로 화분을 채워서 그런가하며 예쁜 리본을 풀어내고 화분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세상에! 이럴 수가......

크고 길다란 화분 속엔 이 꽃을 키워냈음직한 작은 화분이 거꾸로 엎어져있고 주변은 조각난 스치로폼으로 채워지고 흙은 아주 조금 윗부분만을 덮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화분은 좋은 일을 축하하고 그 기쁨을 함께 하기 위해 서로 주고받는데 더 없이 좋은 선물이다. 그래서 행여 하나라도 받게 되면 양지를 찾아 주고, 물을 주며 잘 자라라며 정성을 다한다.

그런데도 꽃은 시들어 떨어지고, 결국은 잎사귀마저 노래져서 빈 화분만을 남겨야 했던 경험이 여러 번 있었는데 나는 흙 속의 환경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연약한 식물을 탓하고, 나의 정성 부족만을 부끄러워했을 뿐이다.

아름다운 꽃과 화려한 리본, 그리고 모두가 즐거움에 취해 흙 속의 뿌리가 어떻게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던 이런 일이 어디 이 예쁜 꽃 화분뿐일까?

올 봄은 꽃무더기보다 더 요란하게 많은 인물들이 자신이 적임자임을 외치며 5월 31일의 선택을 종용할 것 같다.

아직도 봄은 저 쪽에서 더 따뜻한 햇살을 기다리는데 그 들은 이곳저곳에서 유권자의 눈도장을 받으려 아우성이다.

무슨 선거가 있을 때만 이 땅의 주인이 되는 유권자!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40년을 소외 받았다며 우리끼리 뭉치자고 외치는 저 힘없는 이들의 울분을 따를 것인가?

사돈의 팔촌이라고, 가문의 영광이라고 평소에는 따로따로 잘 살더니 요 며칠 문지방이 닳고 닳게 드나드는 그들을 밀것인가?

한 번 뽑은 선량의 임기는 4년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잘못된 선택으로 4년이 아닌 10년 아니 40년의 미래를 빼앗길 지도 모른다.

자기가 사는 곳을 잘 알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올바르며, 헛공약이 아닌 자신의 몫을,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낼 그런 인재를 뽑아야 하는 것이다.

아름답고 싱싱하게 오랫동안 피어있을 수 있는 꽃은 그 화분이 예뻐서도 아니고, 물만 잘 주어서도 아니고, 햇빛만 잘 쪼여서 되는 것도 아니다.

두툼한 흙 속에 그 뿌리가 튼튼히 버티고 서 있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자신 있다. 가벼운 화분의 문제점을 찾아낸 것처럼 뿌리를 깊이 내리고 굳건히 버티어 아름다운 꽃을 피어낼 우리들 미래의 일꾼을 찾아낼 수 있다.

그들의 과거를 읽어보자,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들여다보자.

거기에 답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음을 자랑하지 말라는 홍세화님의 말씀을 옮겨 적는다.

“그것은 그대가 혐오하는 정치를 온존시키는 강력한 힘이 될 뿐이다.”참여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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