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수매, 수매제도 개선하라”

“전량수매, 수매제도 개선하라”

  • 입력 2004.07.03 14:48
  • 기자명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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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농협 앞 6천가마 야적, 추가수매 촉구

쌀과 직결된 문제…물러설 수 없다‘배수진’



수매 약정물량보다 과잉 생산된 보리의 처리문제를 둘러 싼 농민과 농정당국의 마찰이 확산되고 있다.



나주농민회는 지난 1일 보리 6천여 가마를 시청 앞과 농협시지부 앞에 야적하고 전량수매와 수매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농민들은“4년만의 보리 대풍으로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20%이상 늘었는데 정부가 수매해 주지 않으면 모두 썩힐 판”이라면서 전량수매를 요구했다.



올해 나주지역 보리 생산량은 쌀보리와 겉보리가 14만여 가마(40kg), 맥주보리가 20만여 가마로 약정물량인 26만9천 가마를 제하고도 7만1천여 가마가 남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쌀보리 22가마를 싣고 나온 문평면 남산리 전성진씨(70)는“뼈빠지게 농사지어 수확한 보리인데 수매를 안 해주면 이대로 썩히란 말이냐”면서“시중에 내다 팔려고 해도 아무도 사 가질 않는다”며 정부의 추가수매를 호소했다.



보리를 실은 트럭을 손수 몰고 나온 한 아주머니는“겨울에 마늘이나 양파같은 대체작물을 심고 싶어도 시골엔 노인들밖에 남지 않아 감히 엄두도 못 내는 현실을 정부 당국자들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면서“그나마 보리라도 갈아야 먹고살텐데 이마저 수매를 안 해주면 우리더러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나주농민회 안영현 회장은“현재의 수매제도는 풍년이든 흉년이든 농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회장은“생산량을 기준으로 한 현재의 계약방식은 농업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몰지각의 소치”라면서“전량수매를 원칙으로 면적을 기준으로 한 계약제도로 바뀌어야 한다”며 수매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농민회 정영석 사무국장은“정부가 보리 수매를 축소한 것은 쌀 시장 개방을 염두에 두고, 추곡수매제도를 없애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면서“이번 보리 야적투쟁은 쌀 문제와 직결돼 있는 만큼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보리 야적은 나주와 해남, 무안 등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보리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5일 농림부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해 놓고 있어 이번 주가 보리파동의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한편 제7호 태풍‘민들레’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야적된 보리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특히 보리는 쌀과 달리 저장성이 떨어져 비를 맞으면 곧바로 썩게 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큰 불상사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나주시는 기상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야적된 보리가 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한편, 정부당국에 조속한 대책마련을 건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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