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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가태어났어요

늦깎이 한글교실 졸업장 가슴에 품은 손영순 할머니

“한글을 배우니 세상이 다시 보여요”

2013. 12. 26 by 김종열

나주시노인복지관 어르신문화교실, 새로운 도전 제공

나주 문평 신옥마을회관은 한글을 배우려는 할머니들. 공책과 필기도구를 챙겨 온 9명의 할머니들은 한글 교사를

 
 
보자 금방 어린 학생처럼 조용해진다.
이 할머니들을 위해 나주시노인복지관(관장 양요섭)에서 어르신문화교실(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업하기 전 집안 이야기, 손자 이야기를 하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막상 수업을 시작하면 한글을 외고, 공책에 연필을 꾹꾹 눌러 글자를 쓰는 이들의 모습은 초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
매주 2회 거쳐 한글 수업을 받았으며, 이렇게 한글을 배운지 3년이 지났다. 이번 졸업식에 참여한 손영순(81, 문평 신옥마을)씨는 “한글을 배우고 나니 세상이 다시 보인다”고 웃으며 말했다. “배우니까 즐겁고 너무 좋아요.”
자기 이름도 쓸 줄도 모르고 평생을 살아온 손 할머니는 “3년 동안 배웠는데도 받침을 다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배우고 싶다”고 말하면서 공부에 대한 재미에 흠뻑 빠져 계셨다. 더 배우고 싶어 죽겠는데 졸업을 시켜서 안타깝다고 심경을 전했다. “애터져 죽겠어요! 한글을 다 깨우치지도 못했는데, 한글 선생님을 보내주면 좋겠어요.”

몇해 전에 남편과 사별하고 평생 자식도 없이 살아 온 그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해 몇 년전까지 한글을 배우지 못했다”며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다가 늦게나마 한글을 배울 수 있게 돼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을 알기 시작하면서 얼마나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는 지 모른다고 말하는 손 할머니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3년 동안 배운 한글교실이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한글을 가르쳐 준 교사와 노인복지관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9일 나주시노인복지관에서는 늦깍이 어르신들의 졸업식 및 학예발표회가 있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진 졸업식에서 20개 교육장 중 3개 교육장 25명의 학습참여 어르신이 졸업했다.
봄에는 입학식과 소풍, 감사편지 쓰기를 실시하고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은 방학을, 가을에는 강사연수와 체험수기 쓰기 등 가슴에 묻어두었던 학교 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진행된 졸업식은 3년간 학습한 교육장에 대해 실시하고 있으며, 졸업장을 수여함으로써 긴 과정을 마친 노력에 대해 보람을 느끼실 수 있도록 했다.
함께 진행된 학예발표회는 한해 동안의 결과물을 발표하고 전시함으로써 서로 격려하고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시낭송, 상황극, 합창, 편지글, 그림, 시화 등 다양한 작품들은 함께한 이들에게 큰 감동과 여운을 주었다.

현재 어르신문화교실은 시대적,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한글, 숫자 등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250여 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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