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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가태어났어요

금천면 공식 ‘효녀’ 사회복지사 권미량 씨

외로움 없는 행복한 나주

2014. 10. 06 by 이신재

얼마 전 지인에게로부터 슬프지만 따듯한 감동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슬펐던 것은 오래 전, 저 먼 북한 땅에서 이남 하여 아무런 연고 없이, 남겨진 혈육 하나 없이,

                   권미량(씨)
                   권미량(씨)
거동도 불편해 늘 병상에 누워 만 계셨던 한 할머니가 지역의 한 요양병원에서 지난 22일 지병으로 긴 여생을 마감하셨다는 것.

따뜻했던 것은 그런 할머니를 위해 상주를 자처하고, 모든 장례절차를 도맡아, 고인을 추모관에 안치해 드리며 자식도 쉽게 다하지 못할 선행을 베푼 공무원이 있었다는 것.
짧게 전해 듣기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며, 따뜻해지는 이 구구절절한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금천면사무소 사회복지사로 근무 중인 권미량(49)씨다. 시종일관 밝은 미소에 한없이 긍정적이던 그녀를 금천면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녀는 “단지 사회복지사로서 의무를 다한 것뿐인데 이렇게 직접 찾아오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라며 쑥스러운 듯 말한다.
“고인이 되신 분은 윤효녀 할머니예요. 북한에서 내려오셔서, 연고지도, 친척도 없으셨어요. 슬하에 있던 하나뿐인 아들은 일찍이 폐 질병을 앓고 세상을 떠났다고 했죠. 며느리와 손자가 있었는데.. 연락이 끊긴지가 10년이 넘었다고 하셨어요.”

대화를 시작한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제가 어릴 적부터 제 할머니 손에 자라서 그런지, 노인분들과 많이 친숙해요. 윤 할머니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이시다 보니 찾아 뵐 기회가 많았지요. ‘엄마’ 소리하면서 딸처럼 지내며 정도 많이 들었었는데.. 이렇게 헛되이 보내드릴 수가 없더라구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녀는 직장에 연가를 제출하고 상주로써 모든 장례절차를 도맡았다.
“돌아가신 윤 할머니와 제 이름이 나란히 화장장 모니터에 나오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너무 눈물이 많이 났어요.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슬픈 거예요”

“나주에는 추모관이 없는 터라 광주에 신청을 하니, 연고지 등의 문제가 생겨 뜻대로 잘 되지 않았어요. 시청에도 여러 번 안치에 대해 문의 했지만 조금은 남몰라 하시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웠죠. 수소문 끝에 다행히 영산포에 있는 내영사의 만허스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매우 저렴한 비용에 사찰 내 추모관에 영구적으로 안치해주시겠다고 하니 정말 감사했죠”

 
 

그녀는 면사무소를 찾는 어르신들을 대할 때 또는 직접 방문할 때마다 ‘아빠’, ‘엄마’ 의 호칭을 붙여가며 대화를 한다.
금천면에서 그녀는 ‘효녀’로 통한다. 우연찮게도 돌아가신 윤 할머니 이름이 ‘효녀’라 그래서인지 그 의미도 깊다.
“타 지역으로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홀로 생활하고 계신 주위의 어르신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이에요. 아무리 좋은 복지정책도 진실된 마음이 동반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 요즘 직장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다 보니, 단순 취업을 목적으로 사회복지사 진로를 택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요. 하다가 힘들어서 버거워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사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제대로 정착이 안 된, 과도기 상황이라고 봐요. 일반 행정직 공무원과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구요. 예전에 사회복지사가 과다한 업무에 치이고 우울증까지 겹쳐 자살을 하게 된 사건을 뉴스에서 본적이 있어요. 너무 안타까웠죠.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사회가 고령화되고 있어 어르신들을 위한 각종 복지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반해, 그 복지를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정말 안타까워요. 진정한 봉사 정신을 가지고 지역을 위해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있는 많은 후배들이 보다 나은 희망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그녀는 외로움 없는 행복한 나주를 위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저는 외로움이 너무 싫어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어울려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제 꿈이에요. 따듯한 말 한마디, 먼저 나를 낮추고 경청하는 자세.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생각으로만 ‘언젠간 해야지’ 마음속에 품고 있기 보다는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외롭지 않은 행복한 나주를 위해 함께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요즘 나라 정책적으로 ‘복지’라는 의제를 많이들 쓰곤 한다. 그 복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바로 사회복지사다. 복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 행복을 어려운 사람에게 전달할 수 없다. ‘행복한 사회복지는 행복한 사회복지사에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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