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 입력 2007.08.27 10:43
  • 기자명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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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을 받는 출근길에 오늘은 우리 노인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버릇처럼 생각해본다. 5백개가 넘는 경로당 관리, 노인건강 및 복지문제, 노인요양원의 운영, 노인복지회관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지만 그 가운데서도 항상 노인일자리 문제를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 이유는 우리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경제적으로 나아져 조금이라도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어 좋지만 건강이나 안전사고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출근하고 나서 신문을 뒤적이다 할머니 노동자들이 이 세상에서 못다한 말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모 중앙지의 사설이었다.

지난주 야간작업을 하다 화재로 참변을 당한 경기 의왕의 할머니 노동자 장례가 치러진다고 시작한 사설을 읽고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사건의 정확한 내용을 알고 싶어서 노인취업 센터장에게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사건 내용을 요약하면 지난 8월9일 저녁 8시 35분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화장품케이스 제조업체 원진산업에서 불이나 일하던 여성 6명이 죽고 2명이 다쳤는데 이들이 모두 60-70대의 노인들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희생된 할머니 노동자가 일하던 공장은 종업원 수가 사장을 포함해 모두 11명인 영세한 사업체다. 할머니 노동자들이 하던 일은 색료에 시너를 섞어 플라스틱 화장품 케이스에 칠하는 것이었다. 칠 작업 후엔 뜨거운 가열기에 대고 코팅 작업도 했다. 인화성 물질과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플라스틱류가 공장에 가득했으나 회사는 화재보험도 가입하지 않았으며 비상구도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침 8시 반에 시작된 일은 밤 10시까지 이어졌고 할머니 노동자들은 일요일에도 쉬지 못했다. 이렇게 일해서 받은 돈은 일당 1만2천 원. 잔업을 매일 해도 월급은 100만 원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맨 밑바닥에서 일하던 할머니 노동자의 참담한 죽음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노동자가 가장 기본적 노동법인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화재참사로 희생된 할머니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한 주간에 80~90시간을 넘었고 이들에게 일요일은 물론 한 주일에 1회 이상의 휴일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이처럼 열악한 조건으로 근무하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열악한 조건이지만 근로기준법을 준수했다면 저런 불행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교차했다. 법률이 정해놓은 기본적인 안전시설과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일어난 참사여서 더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70년대 초반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부르짖으며 산화해간 전태일 열사가 불현듯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직도 우리사회에 경제적 이익만 주장하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하지 않은 노동현장이 버젓이 존재하여 이러한 참사를 낳게 한다는 것이 정말 가슴 아프다.

경제대국으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우리사회가 이처럼 기본적인 법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이에 대한 행정당국의 조처도 없다면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그 존중은 우리가 생활하는 기본적인 공간에서부터 출발한다.

변을 당한 할머니들은“놀면 뭐하냐”고“돈을 벌어 쓰는 게 자랑스럽다”며 자식들의 만류를 뿌리쳤다고 한다. 한 할머니는 가출한 며느리 대신 손자를 키우기 위해 일터로 나갔고 한 할머니는 26년 전 남편을 잃고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두 자식을 키웠다.

관절염 약값으로 월급의 절반을 쓰면서도 일을 해야 했다. 적은 월급이지만 한푼 두푼 모아 손자 명의로 적금과 보험도 들었다. 그들은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려운 생활이 그들을 하루도 아니 한 시간도 쉬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우리사회를 고령화사회라고 부른다.

초고령사회의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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