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술 목사의 사람이야기

▶ 우리의 멀고 가까운 이웃

  • 입력 2007.09.08 12:40
  • 기자명 마스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사는 주위를 돌아보면 근래 부쩍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에서 결혼해온 여성들이다. 이분들을 법률 용어로 여성결혼 이민자로 한다.

특히 나주지역은 마트나 터미널에 더욱 눈에 잘 띄고 그들의 생기 있는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
나주지역은 시민들이나 행정에서 이들에 대한 많은 배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이웃에 사는 주부들이 모두가 그렇게 생기 있는 생활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이들을 어떠한 관심을 두고 바라 봐야 할 것인지 여기에 한 사례를 수록하려고 한다.

우리 생활관은 그 동안 여러 외국인 주부들이 훈련받고 갔다. 그 중에 우리 생활관에서 한 달 동안 생활 훈련을 받은 베트남 주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8월 21일 베트남에서 시집온 주부가 4개월 23일 되는 아이와 함께 시부모와 남편이 사는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한 달 전에 광주 여성긴급 전화를 받고 사무실로 찾아갔다. 시부모와 갈등이 있어 방을 얻어 따로 생활하는데 이번에는 남편과 갈등이 생겨 다투는 것을 이웃의 누구인가 112로 전화를 하여 긴급전화 사무실로 가게 되었다.

여성 긴급전화 센터에서는 아이와 함께 생활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나주센터에 연락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 센터에서는 이것도 우리가 맡아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데려오기로 했다.
자그마한 베트남 주부가 우량아로 보이는 남아 아이를 안고 나타났다. 얼굴에는 긴장과 불만으로 가득하여 오로지 남편하고 이혼하고 아이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통역을 통해 한달 생활을 해 보고 결정하자고 달래어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나올 때 빈손으로 나온 베트남 주부는 아이용품이 없어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다행히 엄마가 젖이 많아 우유는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기저귀와 물 티슈, 아이파우더 등 사소한 아이용품이 당장 필요했다.

시댁을 방문하여 아이에게 필요한 용품비를 부탁드리려 했는데 가정형편이 그렇지도 못했다.
그리고 시댁 식구들은 베트남 며느리에게 정이 떨어져“며느리도 필요 없고 아기는 남을 주던지 하겠다”는 것이다.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야단만 맞고 오게 된 꼴이 되었다.

아무튼 우리가 한 달을 훈련시켜 보낼 테니 그 때가서 이야기하자고 돌아왔다.
우리 생활관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129에 전화를 하여 긴급 복지 지원을 요구하였다.

위기 가정을 위하여 마련 된 복지부 제도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나주시로부터 2인 가족 한달 생활비 704,000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베트남 주부는 얼굴이 펴지고 우리도 한 시름 놓았다.

베트남 주부는 그동안 우리가 제공했던 병원비와 아이 용품비를 지불했고 한 달 생활비라고 10만원을 건네주었다.

이렇게 생활한 기간이 한 달이 되었다. 그 동안 남편이 아이를 보고 싶다고 두 번 찾아왔고 우리는 시부모님에게 아이들 데리고 가서 철없는 막내딸로 생각하고 받아 줄 것을 요구했다. 베트남 주부는 시부모님에 대한 서운함이 해소되지 않았는지 집 앞에까지 가서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양쪽을 달래고 이해시키고 하는 중간에 아이가 많은 작용을 하였다.
베트남 주부는 용서를 빌겠다고 하고 시댁에서는 부족하지만 한 가족으로 받아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가족이 서로 만나기로 했다.

아기자기하고 행복이 철철 넘치지는 않겠지만 이해와 양보, 용서와 깨달음이 한 가족을 다시 화합하게 하는 순간이 되었다.

우리 이웃에 사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작은 배려는 멀리서 와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