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좀 먹자! 잠 좀 자자!

▶ 전교조나주지회장 박동일

  • 입력 2008.05.17 13:10
  • 기자명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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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치워! 미친 교육!,
너나 먹어! 미친 소!“


요즘 촛불 문화제가 열릴 때마다 목청이 터져라 외치는 유행 구호다.‘미친 소’ 수입을 반대하는 자리에 ‘미친 교육’ 반대가 등장한다.            왜?

지난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의 우열반 편성, 0교시 수업, 심야 보충수업 등을 제한하던 조치들을 없애는 이른바 ‘학교자율화추진계획’(이하 415조치) 발표로 학교 현장은 큰 혼란과 충격에 빠졌으며 우려와 저항의 목소리는 광우병 논란만큼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학교자율화’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된 415조치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안전) 장치들을 모두 풀어버린 것이기에 학교가 입시 전쟁터로, 24시간 학원으로 바뀔지 모를 중대한 사안임에도 합의는 고사하고 의견수렴이나 예고도 없었다는 것은 교육 정책마저 국민을 무시하는 무조건 밀어붙이기식 정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415조치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교육정책 주무장관이라는 분이 “온 국민이 환영하고 좋아할 줄 알았다”라는 말로 그 수준을 드러낸다. 그만큼 우리 교육의 문제와 현장을 모르고 있으며 진정으로 국민들이 염원하고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발언이다.

 현재의 입시경쟁 체제하에서도 충분히 고통 받고 있는 학생들은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고 외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임과 동시에 가장 강렬한 요구인 것이다. 과거 암울하던 시절 고문당하는 사람들의 외침과 다를 것이 없다. 즉 인권보장의 절규인 것이다.

중등교육은 보통교육단계로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중등교육까지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여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최소한의 책무이다.

이러한 중대한 국가의 책임을 시도교육청과 학교로 떠넘기는 415 조치를 발표한 정부가 과연 국민을 섬기는 정부인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새 정부는 교육 양극화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국민적 요구를 거스르고, 대선 공약인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앞장서 깨뜨리는 교육정책으로 인수위 시절부터 국민을 거듭된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으며 급기야 자율화를 가장한 대안도 대책도 없는 정부의 415조치는 현 정부가 보여주는 교육정책 부재의 백미요 극치다. 즉, 415조치는 공교육 포기선언이요 학교의 자율화가 아닌 ‘학교 학원화’ 선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이번 조치의 실질적 책임자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대승적으로 결단하여 415공교육 포기방침을 전면 백지화하고 정부와 교원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에서 올바른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으며, 전교조는 입시지옥, 사교육비 폭등의 무한경쟁 입시몰입교육이 철회될 때까지 국민과 더불어 강력 투쟁할 것을 천명하였다.

지난 4월 25일 정진화 전교조위원장은 “20여 년 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고 절규하며 죽어간 어린제자 앞에 참담함과 부끄러움으로 전교조의 참교육운동이 시작되었다”며, “지금 우리 학교교육을 다시 2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 국민들을 속이고 사교육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학생의 건강권을 지키고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고자 한다.”라고 선언하며 청와대 앞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여 무려 19일간의 단식농성을 하던 중 5월 13일 오전 탈진과 기력 감소로 병원에 긴급 후송된 상태이며 부위원장이 대신하여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교조 8만 조합원들도 5월 15일 스승의 날에 415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점심 단식을 결의하였으며, 전교조는 이명박 정부의 ‘공교육 정상화 포기 선언 및 학교학원화조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기 위하여 대규모 교사집회인 전국교사대회를 5월24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

정말 힘을 보태야 할 때이다. 공교육을 위해서.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만약 정부가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국민들은 끝까지 외칠 것이다.

"때려치워! 미친 교육!,
너나 먹어! 미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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