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섭의 우리문화 나주문화

▶ 매장문화재가 뭡니까?

  • 입력 2008.07.05 14:47
  • 기자명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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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발굴조사 전문기관들이 거의 없을 때의 이야기다. 어느 날 ○○매장문화재연구원에 전화가 왔다. 내용은 “집안에 어른이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혹시 거기서 직접 장례절차를 밟아주시기도 하나요?”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아마 전화를 건 사람은 연구원 이름에 매장이라는 말이 있으니 장례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장  심영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장  심영섭
이 연구원에는 이후에도 가끔 이런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연구원은 매장이라는 말을 빼고 그냥 문화재연구원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매장문화재연구원이라고 하면 매장문화재를 연구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매장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을 보면 ‘토지, 해저 또는 건조물 등에 포장된 문화재’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땅속이나 물 밑에 있거나 그 밖의 사람 눈에 띄지 아니하는 곳에 묻혀 있는 유형의 문화적 유물이나 유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우리가 발굴조사를 통해서 확인된 유구 또는 유적과 출토된 유물 등을 모두 포함해서 일컫는 말로 매장문화재연구원은 이러한 유물과 유구, 유적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곳이라는 이야기이다.
 
매장문화재는 땅속이나 바다 속에 숨어 있어 쉽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전통사찰이나 석탑, 불상, 궁궐, 향교, 관아 같은 문화재는 이미 땅위에 드러나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아도 문화재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매장문화재는 건설공사, 경작 등으로 땅을 파거나 학술적인 발굴조사를 실시하지 않고서는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때때로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문화재가 발견되어 공사를 멈추게 되고, 이로 인해 여러 불편과 불만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매장문화재에 대해서, 공사나 경작 등의 여러 행위를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규제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매장문화재는 고대의 역사나 문화를 이해하는 물증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고대역사를 기술한 문헌자료가 많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매장문화재의 가치는 매우 크다. 문헌으로 확인할 수 없는 고대사회의 면면들을 매장문화재의 이해와 해석을 통해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구려, 백제, 신라에 비해 문헌자료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지역의 경우 매장문화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나주 복암리 3호분의 발굴조사가 이 지역 고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해석을 제공하고, 이로 인해 고고학계나 역사학계의 여러 연구자들을 흥분시키고, 아울러 일반인들도 큰 관심과 주목을 하게 된 것은 매장문화재가 가지는 중요성과 가치를 입증하는 적극적인 예이다.

또한 이런 매장문화재의 이해와 해석이 숨겨져 있던 지역의 역사를 밝혀내는 가장 직접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에 대한 입증이기도 하다.

아직도 학술적 관심이 없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매장문화재는 자기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또는 불편만 주는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매장문화재의 가치를 무시하고 없애버린다면 우리의 역사는 미로 속을 헤매는 미아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가 없는, 오로지 현재만이 남아 있는 답답한 기억상실증의 현실 속에 살아야할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런 매장문화재의 가치와 중요성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우리 역사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아울러 현재와 미래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주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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