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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의 날 행사에 시민은 없었다.

  • 입력 2008.11.03 15:23
  • 기자명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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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나주군을 통합해 하나의 도농 통합시로 승격한지 14년.
 
그 동안 세월의 흐름에 따라 지역사회도 많은 내외적인 변화를 겪었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고질병이 하나 남아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권위주의와 선민의식이다.
 
나주시가 주관하는 행사를 비롯해 각종 민간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귀빈과 내빈이라는 이름으로 예정된 행사 시간이 미뤄지고 주인과 객이 뒤바뀌는 경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변화와 개혁으로 시민들을 이끌어야 할 행정이 오히려 이러한 권위주의와 선민의식을 숭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실망은 지난달 30일, 14살 생일을 맞은 나주시민의 날 행사에서 그 정점에 달했다.
 
행사장인 문화예술회관 1층에 외빈석과 수상자석, 공연팀과 언론관계자석, 사회단체장 좌석을 배정하고 일반 시민들은 2층으로 입장할 것을 유도했던 것.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외빈과 각종 수상자, 공연팀을 연단과 가까운 좌석에 배치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관계 언론인이나 사회단체장 등은 특별히 대우받지 않아도 각자의 위치에서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역민들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존경받고 있다.
 
그들 스스로 얼굴이 부끄러워지게 만든 것은 행사를 주관한 행정인 것이다.
 
필자의 직업상 안면을 트고 지내는 A단체 대표는 자신의 이웃들과 함께 1층으로 입장하려다 친절한 공무원의 안내로 일행과 달리 입장하면서 심히 어색하고 겸언 적어했다. 그분은 특별한 대우를 결코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행사시작인 6시에도 배려된 좌석은 채 절반을 채우지 못했으며 이에 반해 2층 좌석은 배려 받지 못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에 아주 친절한 행정은 뒤늦게 입장하고 있는 시민들을 1층 빈 좌석으로 안내하라는 안내방송까지 날리기도.
 
권위주의와 선민의식에 밀려난 나주시립 삼현육각연주단에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식전행사로 5시30분부터 공연을 시작한 삼현육각연주단은 손님 맞을 준비를 위해 1층 관객석 양쪽 출입문을 모두 열어두고 손님들을 지정된 좌석까지 안내하는 혼잡스러움과 현관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연주에 임했음이니.
 
14번째 생일잔치는 그렇게 특정인들만을 위해 시민들이 묻히고, 나주의 얼굴로 키워야 하는 시립연주단이 묻히고, 평등과 배려가 묻혀 지나갔다.
 
언제쯤이면 시민들은 자신들의 생일잔치에 당당한 주역으로 등장할까.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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