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 입력 2009.03.30 15:40
  • 기자명 나주교육진흥재단 이웅범 사무국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각지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3월초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출범한데 이어 4월 3일 나주에서도 ‘운동본부’가 발족한다.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은 1995년 지방선거 때부터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은 2006년 지방선거에 처음 도입됐다.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밀어붙인 국회는 "정당이 후보를 검증해야 무자격자가 난립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주요 정당의 지구당이 최소한의 민주적 운영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정당공천’은 말뿐이고 실제로는 ‘국회의원 1인 공천’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거의 모든 풀뿌리정치 지망생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온갖 로비를 하고 과잉 충성경쟁을 벌이는 풍토가 만연하면서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다.

파생된 첫 번째 문제는 ‘주민과 지역을 위한 지방자치’는 실종되고 ‘국회의원과 정당을 위한 지방자치’만 횡행하고 있는 점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 되어버린 선거풍토에서는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이 공을 들이는 대상은 주민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정당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민의 요구나 지역발전에 상충되는 사안까지도 총대를 메고 나서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지난 1999년 6월 전남도청 이전 예정지가 무안군 삼향면 일대로 결정될 때 민주당 소속의 시장과 시의원들이 침묵하거나 협력했던 것이 가장 비근한 예라 할 수 있다.

둘째로 참신하고 능력있고 사명감이 투철한 정치신인과 정치세력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 지방자치 선진국의 예를 보면 지방선거는 새로운 정치인과 정치세력의 등용문으로서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중앙정치를 쇄신하는 데도 기여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우리나라의 ‘도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성장의 기반을 다졌고, 브라질의 집권여당인 민주노동당은 지방자치를 통해 국민들의 신임을 얻었다. 반면 한국의 정당공천제는 도입취지와 달리 ‘무자격자들’에게 ‘당선증’이나 다름없는 ‘자격증’을 남발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심지어는 참신하고 능력있는 지도자를 국회의원의 ‘홍위병’으로 전락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셋째로 온갖 공천비리와 추악한 정치부패의 온상이다. 공천을 둘러싸고 거액의 검은 돈이 오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이며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천헌금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을 ‘공천을 위한 검은돈 만들기의 수렁’에 빠뜨려 시정과 의정활동에 막대한 차질과 악영향을 가져온다.

바로 이런 점들이 민주당과 한나라당 소속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장들까지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라고 나서게 만들었고 국민의 80%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우리지역 출신 최인기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20명이 정당공천제 관련 선거법 개정 발의에 참여한 바 있다. 2007년에는 정부도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을 없애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2008년에는 민주당 정장선 의원과 김종률 의원도 각각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지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공천헌금을 만들어주고 과잉충성하는 ‘홍위병’들을 양산해주는 ‘꿀 단지’를 뺏기고 싶어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힘으로 ‘꿀단지’를 뺏거나 깨버리는 것이다. 우선 시민적인 서명운동을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선거법 개정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각 정당이 선거법 개정을 당론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약 끝내 선거법을 개정하지 못한다면 내년 기초지방선거에서는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들에게 투표하지 않는 범시민적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야말로 ‘주민과 지역을 위한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해 주민들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저작권자 © 나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