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토속이
담긴 감염으로 관광 상품화

  • 입력 2009.10.19 09:44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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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순서

1. 들어가는 말 
-나주천연염색의 현황과 진행
2. 나주천연염색의 역사성과 전통
3. 경북의 천연염색(감)과 나주 천연염색 비교
4. 일본의 천연염료 생산단지를 찾아서
5. 일본의 천연염색 공방현황 및 문화상품의 성공사례
6. 천연염색을 활용한 문화산업화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7. 끝맺는 말
-제주 갈옷을 찾아서

화학섬유에 밀려 대중성을 상실한 천연염색이 이제 일반인의 관심과 각종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여 산업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나주는 농림부 향토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고 축제를 개최하는 등 전통 쪽 염색 기법과 첨단 생물공학기술을 접목하여 쪽 염료의 대량생산 및 산업화의 실현을 꾀하고 있다.

과거부터 일본은 전통 쪽 염색을 관광자원으로서 문화산업화를 위한 소규모 공방 및 수공예 제품을 육성하고 대학 등 연구소에서는 전통 쪽 염색을 이용한 미래 산업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나주신문은 다른 지역의 천연염색 산업의 현황뿐만 아니라 도쿠시마 및 교토 등의 현지 취재를 통한 일본의 천연염색의최근 경향을 알아보고 나주 및 전남의 천연염색 산업의 가능성 및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폐교를 구입해 매장 겸 공방으로 이용하고 있는 갈옷 브랜드 '몽생이'의 원단을 말리고 있다.
▲ 폐교를 구입해 매장 겸 공방으로 이용하고 있는 갈옷 브랜드 '몽생이'의 원단을 말리고 있다.
 '귤빛 사랑'은 천연염색 제품으로 상표를 등록한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 육성하여 관리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제주자연의 빛깔의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땡감을 으깨서 즙을 내고 맑고 깨끗한 햇살과 바람으로 빛깔을 낸 갈천은 제주사람을 상징할만한 제주의 색이라고 할 수 있다.

천연염색으로 이름 높은 제주 갈천을 제주사람들은 생사고락을 함께한 생활 그 자체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자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 갈천으로 만든 옷이 갈옷이다. 제주도 사람들의 작업복으로 무명천에 감물을 입힌 옷이다. 지형적으로 고립된 여건과 박한 풍토라는 자연환경적 요인에 따라 제주 고유의 독특한 노동복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갈옷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슬 맺힌 풀밭에서 일을 해도 이슬이 스며들어 적셔지지 않고 물방울이 떨어지며 더러움이 덜 타서 자주 빨래를 할 필요가 없다.

갈옷은 감물을 들인 옷으로 제주사람들의 대표적인 노동복이자 일상복이다. 웃옷은 '갈적삼' 아래옷은 '갈중이'라고 한다. 여자용 아래옷을 '갈굴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옛날 갈옷을 만드는데 쓰이는 감은 제주에서 자생하는 토종감이다. 손 안에 쥐어질 만큼 작고 씨가 많기 때문에 식용보다는 주로 감물 들이는데 썼다. 집집마다 울담 안에 감나무가 한두 그루씩 있었다.

제주사람들은 여름철이면 막간을 이용해서 갈옷을 만들어 입었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는 옷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해 입을 수 있었다.

제주사람들은 흙 빛깔의 천연염색 갈천으로 만든 '갈중이'를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갈천 염색은 그 과정이 까다롭다.

감씨가 여물기 시작하는 칠팔월에 제주의 토종 풋감을 따서 나무로 만든 함지박인 '남도구리'에 넣고 나무로 만든 둥근 방망이인 '덩드렁마께'로 대충 잘게 부수어 감즙을 낸다.

감즙에 천을 물들여 하루에 2번 정도 햇빛에 바싹 말렸다가 다시 물에 적셔 말리는 과정을 10회 정도 반복해야 비로서 갈 옷 특유의 흙빛, 고구마 빛깔이 나온다. 감물이 고루 스미면 감찌꺼기를 털어내고 일단 초가지붕 위에 얹어 하룻밤 이슬을 맞힌다. 색을 골고루 들게 하기 위해서는 옷감을 팽팽하게 잡아당긴 후 발로 밟아 펴주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갈천소재 옷은 빨아서 입을 때마다 풀을 먹인 새 옷을 입는 것처럼 촉감도 좋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습기에 강해 땀을 흘려도 옷감이 몸에 달라붙지 않는 등 실용성과 합리성이 뛰어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제주의 갈옷을 웰빙시대에 맞춰 문화상품화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제주의 대표 브랜드인 '귤빛사랑' 외에도 '몽생이'와 '갈중이' '오로토롱' 등 다양한 브랜드로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상품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황토산업으로 선정된 이후 서귀포기술농업센터에서는 천연염색 갈천을 일반 주부들에게 전수하기 시작했다. 약 20명으로 구성된 주부들은 전문 염색인으로 성장해 독특한 디자인의 다양한 공예품과 갈천을 이용한 의류를 판매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뿐 아니라 평생교육원 등에 천연염색 강사로 활동한다.

서귀포농업기술센터 김화선 팀장은 "전문적으로 천연염색인을 기르는 과정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농외소득을 올리기 위해 출발했는데 의외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일반 관광객에게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각종 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하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서귀포의 주부들은 천연염색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 인사동을 찾았다.

아마추어가 인사동거리에서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은 일반인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2008년 인사동에서 천연 감염색전을 열고 성공리에 마쳤다. 제주 갈옷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전시된 제품은 모두 팔리고 제주에서 공수하거나 주문을 받아 전달했다.

이 전시회를 계기로 자신감을 얻고 천연염색 제품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바로 디자인 개발이다. 아직 전문가의 디자인을 따라 갈 수 는 없지만 그들의 소박한 제품을 일반 광광객의 눈길을 끌기엔 충분했다.

김화선 팀장은 "제주사람들은 더 이상 입을 수 없게 된 갈옷도 알뜰히 이용했다. 갓난아기를 싸는 포대기로 쓰다가 기저귀로 썼고 기저귀의 용도가 다하면 짐을 지는 베를 만들기도 하고 걸레로 만들어 썼다"며 갈옷의 쓰임새를 설명한다.

마지막엔 헌 바구니나 멍석, 푸대, 가마니 등에 난 구멍을 깁는데 썼다는 갈옷의 예찬론을 편다.

이처럼 갈옷은 마지막 한 조각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더할 수 없이 경제적인 옷이다. 제주사람의 애정이 넘칠 수밖에 없다.

제주의 명품 갈옷 브랜드 '갈중이'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소재하고 있다. 산방굴사로 유명한 지역이다. 전문매장과 체험마당을 운영하면서 대중보급에 나서고 있다. 대정읍 신도리에는 약 5천평 규모의 감물농장도 있다. 제주 최대규모로 사계절 감물 염색이 가능한 천연감물 염색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2007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관광기념품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다. 대표 조순애씨는 3대를 이어 오면서 갈옷을 만든지 30년이 넘었다.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에 소재한 또 다른 갈옷 브랜드 '몽생이'는 폐교를 구입해 매장겸 공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갈옷의 명가 '몽생이'라는 브랜드답게 2005년 한국공예협동조합연합회 대한민국 최우수공예품 제작 및 선도기업의 상징인 '파스빌' 마크를 획득했다.

2006년에는 대한명인 인정서를 취득해 명실상부한 제주 갈옷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몽생이'는 제주의 또 다른 명물인 조망말의 새끼를 지칭하는 제주 말이다. 그만큼 제주의 특색을 갈옷을 통해서 선보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몽생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양순자씨는 미국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 재원이다. 그의 재능을 천연염색 갈옷에 담아 독특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주의 천연염색 감물은 관광상품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시설인 춘강장애인근로센터에서 일자리로써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든 제품들은 '오로토롱' 이라는 브랜드로 팔리고 있다. 오순도순이라는 뜻을 가진 제주 방언이다. 주로 주문제작이나 OEM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직장으로 8명이 근무하면서 의류를 비롯해 베개, 이불, 방석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감 수확시기에 맞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염색을 하여 1년 분량의 갈천을 확보한다. 장애인 작업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갈천을 1년에 1만마 정도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관광의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는 제주. 거기에 천연염색이 가미되면서 새로운 산업화를 추구하고 있는 곳이 바로 제주이다. 그 노력들은 지자체와 함께 특산품인 갈옷의 명맥을 이어온 장인들의 숨은 노력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감물을 이용한 천연 건축소재도 생산하는 공장이 생겼다. 천연염색과 건축소재의 결합이라는 신선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건축회사의 주문이 이어잊고 있다.

특산품인 감물을 이용해 다양한 산업화를 꾀하고 있는 제주는 염색을 통한 클러스터를 구축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번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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