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는 녹색 농촌 만들자 - 5

이웃나라 일본의 자전거 문화 - 상

  • 입력 2009.10.19 09:44
  • 기자명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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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시 카미교쿠 동지사대학 교정에 주차된 학생용 자전거
▲ 교토시 카미교쿠 동지사대학 교정에 주차된 학생용 자전거

일본 오사카후 북동부에 있는 네야가와시는 북하 내 지구에 속하는 베드타운으로 셋츠시, 타카츠키시, 카타노시, 모리구치시와 연접해 있다.

인구 23만 8,000명(8월 기준)으로 면적은 24.73㎢로 ㎢당 9,650명의 인구밀도를 기록해 일본 특례시 가운데에서는 좁고 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시 이름은 지역을 흐르는 일급하천인 네야가와로부터 유래했으며 소매중심 상업지역은 네여가와시역 앞이나 코우리엔역 앞 등이 대형 상업지역이다.

네야가와시는 밀집된 도시 건물로 도심 내 차 한 대를 그냥 주차할만한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조그만 공간만 있어도 10분에 300엔부터 30분에 600엔 등 유료주차장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도로 환경은 우리나라 창원시나 상주시와 같은 자전거 전용도로는 구경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대전시처럼 자전거전용도로가 버스승강장이나 택시승강장 때문에 단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승강장 뒤편으로 자전거 도로를 연결해 놓는 배려 같은 것은 더욱 없다.

그런데도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의 모습은 쉽게 눈에 띈다. 시민들은 인도를 이용해 자전거를 타지만 차도로 주행하는 시민들 역시 상당하다.

시내 코우리엔 전철역 부근 인도 등에는 환승을 위해 세워놓고 간 수십대의 자전거들이 즐비하다.

역사 50m 정도 맞은편 SMBC 은행 앞에도 쉬는 날 탓인지 수많은 자전거가 늘어서 있다. 또한 바로 옆 로손편의점 좌우 공간과 뒤편 자전거 주차장에서 스타야 대형책방 앞까지도 수십대의 자전거가 들어찼다.

특히 오후 6시경 초저녁 시간 쇼핑을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는 우리나라 E마트 수준의 LIFE 대형마트 앞은 더욱 가관이다. 차를 타고 쇼핑을 나온 사람을 오히려 찾기 어려울 정도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주부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 중년의 남성과 나이가 든 할머니까지 모두 쇼핑을 마치고 자전거를 이용한다.

쇼핑센터 앞은 이들이 타고 와 세워둔 자전거가 자동거치대 수를 훨씬 초과해 일부는 그냥 인도에 세워둔 상태다.

자전거 무인거치대는 적게는 1시간에서 많게는 2시간까지 무료지만 이 시간을 초과하면 추가요금을 내야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자전거는 비가와도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핸들 중앙에 우산거치대까지 있다.

유아 보조석과 다리보호대 및 안전벨트에 야간 조명까지 안전 장구도 대부분 갖추었다.

자전거 주차를 금지한 시내 여러 곳에도 자전거들은 여지없이 세워져 있거나 강제 철거 경고장이 붙어 있는 등 도시는 자전거 이용자가 너무 많아 주차 공간이 부족할 정도다.

일본 교토후의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교토시는 정령지정도시로 동경특별구를 포함해 전국 7번째인 인구 146만 4천여명(올 8월 기준) 규모의 도시다. 도시면적은 827.90㎢로 인구밀도는 ㎢당 1,770명이다. 메이지 천왕이 동경으로 행차하기 이전 다수의 천황이 거주했던 수도이기도 하다.

에도시대에는 전국에 제품을 출하하는 공업도시 등의 전통이 현재까지 남았으며 닌텐도, 와코루 등 일본 내 상위 기업의 본사가 집중돼 현대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지역이다.

교토시의 최대 번화가 역시 자전거 통행자는 많이 볼 수 있었지만 특이한 점은 오사카 네야 가와 시에 비해 인도에 자전거를 불법으로 세워둔 경우는 훨씬 적었다. 고급 백화점이나 기타 대형 쇼핑센터 등이 밀집한 특성 탓인 듯하다.

대신 교토시 카미교쿠 산조도리 전철역 주변 대형 유료 자동차 주차장 옆 등에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도록 전용 무인 유료주차장을 마련해 놓았다.

다시 차로 10여 분 거리를 이동해 도착한 교토시 카미교쿠 이마데가와도리에 위치한 동지사대학은 1920년 시에서 설립해 도우다이 또는 도우시샤로 불린다.

'동지사란 '뜻을 함께하는 자들이 모여 만드는 결사'라는 의미로 12 학부와 12연구과를 두고 있는 그리스도교 개신교계 대학이다. 학생 수는 약 27,000여 명으로 이곳에는 100여 명의 한국 유학생이 다니고 있다.

유학생 대표를 만나기 위해 들어선 교정은 자연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조성한 녹지조경이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각각의 건물 앞에 마련된 공간마다 적게는 수십 대에서 많게는 수백 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어 학생들의 자전거 이용률을 짐작게 했다.

또한 직원들 전용 자전거 보관 대도 가득 차 있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자전거는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한 지 오래다.

오죽하면 가까운 곳은 걸어가고 먼 곳은 자전거를 이용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전거 이용률이 높다.

자동차 위주의 우리 지역 교통문화와는 거의 정반대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자전차라 표기한다. 그런데도 방문한 일본의 두 도시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손에 꼽을 만큼 보기 어렵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굳이 자전거 전용도로가 따로 필요치 않다는 의견이 맞다.

자전거 인도 통행은 법으로는 금지됐지만 인도 통행이 일상적이 돼버린 실정이다. 보행자 다음으로 자전거 통행을 배려하는 문화 때문이다.

즉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자를 배려하기에 인도 중앙에 따로 줄을 그려 구분하거나 도로를 줄여서 자전거 도로를 만들지 않아도 자전거를 타는 데는 문제가 없다.

물론 교차로마다 턱을 없애고 건널목 옆에 자전거 건널 길을 만들어 놓았다.

신호등과 각종 도로 표지판에도 자전거와 관련한 안내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내 곳곳 인도나 전용 공간을 확보해 자전거를 세울 공간을 마련하고 세우지 말아야 할 공간에는 수많은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그런데도 시내 곳곳 인도에는 불법 주차된 자전거가 수효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강제 수거를 경고하고 주차비와 벌금, 찾아가란 안내 등에도 넘쳐나는 자전거를 모두 통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일본 두 지역은 자전거 전용도로 등 인프라 구축이 만족스럽지 못한데도 지자체는 오히려 자전거 불법주차 등 관리에 골머리를 않고 있다.

일본인이 자전거를 많이 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전철로 2~3 정거장 가는데 기본료 2,600원대, 시내버스요금도 비슷한 금액에 지하철 회사가 4곳이나 돼 갈아탈 인이 없고 2km 거리의 택시 기본요금도 8,000원대다.

비싼 교통비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전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동차 운전자를 포함한 시민들의 자전거에 대한 인식과 배려도 자전거 이용자를 늘리는 요소로 파악된다.

                          이번 기획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 인터뷰 -   일본 교토시 동지사대학 한국인 학생회장 김우곤

김우곤(23, 4년) 일본 교토시 동 지사대학 한국인학생회장은 "일본은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4년째 이 대학 사학부에 재학중인 그는 "자전거는 이동시간이 단축되고, 교통비가 절약돼 학생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이동수단이다"는 것.

동지사대 학생 40%가량이 학교 인근에서 원룸형태로 생활하기 때문에 이들을 포함한 학생 약 50%가량이 5-30분 거리를 자전거로 등하교한다.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매월 10∼12만 원 상당의 교통비를 들여야 하기에 자전거이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새 자전거를 사는 데는 10만 원대, 중고는 5만 원대 정도만 투자하면 몇 년간은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시내 주요 번화가 등 이곳저곳을 들를 때도 자전거만큼 편한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자전거를 우선하는 일본 운전자들의 배려와 자전거 전용도로는 부족하지만 주차공간을 제외한 큰 불편 없는 인프라는 자전거 이용자들에겐 또 다른 선택 기준일 것이란 의견이다.

반면 그는 우리나라 환경은 대중교통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교통 체계도 잘 돼 있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데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해 시민들의 자전거 필요성은 그리 다급하지 않을 것이란 것.

또한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과 건강적인 효과를 말하지만 시민들을 설득하기에는 너무 미약하고 도로나 표지판 등 기본적인 인프라 시설과 자전거를 배려하는 자동차 운전문화가 정착되기 전에는 생명의 위험까지 감수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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