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정신

  • 입력 2009.11.02 09:34
  • 기자명 박천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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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불경기에 어떻게 지내세요?" 항간에 쓰이는 예사로운 인사말이다.

경제공황으로 인하여 나라나 지역경제, 직장이나 가정살림살이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유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서민들의 일반적인 처지는 헝그리 정신의 자린고비 사조(思潮)경향이 널리 퍼진 그대로 이미 타성에 젖은 번대기 마냥 잔뜩 움츠린 채 근검절약하며 전환을 기약하는 걸음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오늘은 심난한 그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필자와 함께 옛 성현들의 몇 가지 금쪽같은 명구를 만나러 가 보기로 하자.

반야(般若)사상에 모든 근심걱정과 불안은 다 마음에서 짖는다고 했다. 삶의 고해(苦海)는 미망(迷妄)과 지혜라는 엇갈린 생각, 즉 말해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心外無別法(심외무별법)]이라는 것이다.

공맹(孔孟)사상에서는 [安貧樂道(안빈낙도)/守分知足(수분지족)]이라는 말이 있다.

가난함에도 늘상 편안한 마음으로 도(道)를 즐기며 자기의 분수에 만족할 줄 알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 도가(道家)에서는 인위(人爲)를 하나도 보태지 아니한 자연 그대로 흐르는 강물처럼 사는 세상인 것이다. 가만히 놔둬도 불황이 바닥을 치고 자연히 회복되기 마련이라는 사물의 이치[無爲自然무위자연)/(無形無常무형무상)]인 것이다.

더불어 이런 힘든 시기에 미력일지언정 독자님들의 텅 빈 가슴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 싶어 선시(禪詩)하나와 김삿갓 스타일의 해악적 풍자 싯구 하나를 삼가 올린다.



청산을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 나옹선사 시



竹彼竹化去竹(차죽피화죽거국)/

이런대로 저런대로 되어가는 대로

風打之竹랑打竹(풍타지죽랑타죽)/

바람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粥粥飯飯生타竹(죽죽반반생타죽)/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이대로 사세나

是是非非看彼竹(시시비비간피죽)/

옳은 것은 옳다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하여 저대로 봄세

賓客接待家貰竹(빈객접대가세죽)/

손님 대접은 집 형편대로 하고

市井賣買世月竹(시정매매세월죽)/

장바닥에 사고파는 것은 시세대로 하세

萬事不如五心竹(만사불여오심죽)/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같지 아니하니

然然然世過然竹(연연연세과연죽)/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자나가세



- 부설거사,8竹詩 '대竹'를 우리말 새김 '대'자로 적용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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