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건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

사회적 기업과 지역 커뮤니티

  • 입력 2009.12.01 19:53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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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라발레 대학의 사회적경제 전문과정
 
유럽에서 사회적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은 민ㆍ산ㆍ학 연대가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전문적으로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과정이 없지만 한림대에서 마른라발레 대학에 교환학생을 파견하고 사회적 기업을 연구하기 한 유학파들이 많아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사회적 기업가 전문 양성과정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럽에서도 선진적인 사회적 기업가 전문과정을 시행하고 있는 마른라발레 대학의 '사회적경제 전문 과정'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

마른라발레 대학은 파리 외곽에 있는 대학으로 '사회적경제 조직경영 전문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대학교육 학제는 다소 복잡한데 전문학사 과정은 보통 학사과정이나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DUT를 수료한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다. 1년 과정으로 구성된 전문학사 과정은 대부분 기업이나 전문분야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졸업 후 취업이 빠른 편이다.

에르베 드팔바르 교수는 "프랑스의 사회적경제 조직은 상호공제조합, 협동조합, 민간단체, 재단 등은 다양한 활동의 부문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있다며" 이들의 주요 활동영역은 보건, 사회, 재가지원 및 돌봄, 자활, 문화, 관광, 스포츠, 상호보험, 협동조합은행, 직업훈련 등이며 프랑스에서만 80만개의 사회적경제 조직과 200만명의 일자리가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부문의 기업들 대부분은 영리시장 안에서 활동하지만 영리만을 추구하는 조직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정무역에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기업들은 고객, 이용자, 파트너, 노동자와 같은 '사람'이 주요 관심사이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발전을 위해 점점 전문성이 요구되어지면서 마른라발레 대학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문 자격과정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른라발레 대학의 전문과정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노동자들의 기업에 대한 참여를 높이고 서비스에 대한 책임성을 가지도록 기업문화를 만들어내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과정과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성취를 분석하고 경영에 대하여 자문을 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 경영 전문가 과정 그리고 새로운 민간단체를 만들어내고 관리자, 노동자,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하고 단체들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전문가의 양성을 목표로 하는 민간단체 개발전문가 과정이다. 

정규 교육기간은 1년이며 전체 정원은 60명이며 이 가운데 20명은 견습학생이다. 견습학생은 주중 3일은 현장에서 일을 하고 2일은 학교에서 강의를 수강하게 된다.

전문학사를 취득하면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경제 조직에 취업되는 것이 용이하다. 전문학사 취득 후 곧바로 학업을 계속하는 것을 권하지 않으며 경력인정서에 따른 최소 3년의 현장경험을 가져야 석사 2년생 과정으로 진학할 수 있다.

마른라발레 대학의 사회적 경제 전문학사 과정은 2가지의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는 강의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하는 교육협력파트너와 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사회적경제 조직들인 기업파트너들인데 현재 60여개의 기업파트너들이 있다.

기업파트너와는 컨퍼런스, 공동프로젝트, 연수, 견습, 고용, 컨설팅의 부문에서 협력을 하고 있다. 전문학사 과정에서는 기업파트너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기업파트너들은 교육과정을 전문화하고 이를 통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에스빠스 (Espaces)

파리 근교 뫼동(Meudon)시 센 강변에 소외계층의 자활을 돕는 사회적 기업 '에스빠스(Espaces)가 있다.
다니엘 지라르끌로 기술국장은 "우리가 하는 건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일을 못해서 할 기회가 없어서 일하는 법을 모르거나 잊은 사람들한테 일 할 수 있게 해주는 곳입니다. 이건 경제적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안 됩니다."

▲ 사회적기업 에스빠스 사옥
▲ 사회적기업 에스빠스 사옥
에스빠스 건물이 있는 길 건너 강벽의 긴 시멘트 벽에는 '필요(needs)'라는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다. 르노 자동차 공장이 철수한 폐공장 지대다. 한창 철거공사가 진행중이다.

에스빠스는 가로수와 공원, 강변 등 도시 환경을 생태 친화적으로 가꾸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1995년 에스빠스가 설립된 건 어찌 보면 르노 공장 이전 때문이다. 1991년 르노자동차 공장이 빠져나간 거대한 부동산에서 투기 붐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끝에 '푸른 센 계곡'이라는 환경단체 사람들은 센강 주변에서 각종 시위를 벌였다.

그러다가 그들은 강변을 떠도는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깨끗한 강둑을 원하는 사람들과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모여 에스파스를 만들었다.

에스빠스는 생태적인 환경 정비 사업을 벌여 지역에서 돈도 벌고 일자리도 만들어낸다. 자활참가자가 하는 일의 내용은 단순하다. 무너진 강둑엔 땅을 건강하게 해주는 식물들을 골라 심어 침식을 막는다. 생태를 파괴하는 수종이 번성하면 번식을 억제해 주변을 살린다. 기술은 에스빠스 기술부의 전문가가 제공한다.

하지만 단순한 일이 사람을 바꿨다. 자기 손 아래 살아나는 자연을 보면서 의욕을 잃었던 사람들은 일하는 기쁨을 되찾아갔다. 환경도 살리고 일자리도 생겼다.

에스파스는 일자리 창출효과나 재정적 독립성이 그다지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 기술부원 25명을 포함해 실무자 40명에 참여자가 130명이다. 에스빠스의 연 재정은 3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36억여 원이다. 이중 87%를 도, 지방, 코뮨 등 공공 부문에서 조달하고 매출 등 사적 영역에서 10%, 재단과 은행 등 기부로 3%를 충당한다.

그러나 에스빠스가 일으키는 변화의 질적 측면은 좀 다르다. 현재 에스파스 직원 40명 가운데 5명이 자활근로자 출신이다. 자활근로자는 기술 훈련만 받는 게 아니라 사회적 기업의 지도자로도 양성된다.

에스빠스의 작업장에선 돈을 받고 일하는 자활근로자와 내 지역을 아끼는 자원봉사자가 함께 일을 한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은 작업에 드는 인건비를 낮출 수 있고 지역민은 생태 친화적 환경 조성에 참여할 수 있다.

다니엘 지라르끌로 기술국장 "사회적 기업은 수익과 비수익 어느 부문에서도 존재할 수 있으며 사적 기업의 목적이 개인적 부의 창출인데 비해 사회적 기업은 수익을 집단적 목적에 사용한다는 게 다르다"고 설명한다.

크레아솔(Crasol)

크레아솔은 1990년 설립되어 벨기에의 왈룬 지방정부로부터 인정받은 EFT(근로를 통한 훈련기업)이다. 리에쥬 지역 10여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있다.

크레아솔은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어려움을 겪는 성인여성의 훈련과 직업활동을 통한 사회통합을 사회적 목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들 여성들이 불안정한 상황을 벗어나고 독립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다. 

크레아솔은 봉제와 식당 분야에서의 훈련을 제공한다. 훈련생의 수는 두 분야를 합쳐서 50~60명이며 이중 80%는 외국인 출신이다. 훈련 이후에 섬유산업, 봉제작업장과 부티크, 식당, 호텔, 단체급식소, 농식품 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2006년에는 청소분야와 케어서비스 분야에서 증가하는 노동력 수요에 따라 '가사관리'라고 이름붙인 정규훈련과정을 개설했다.

또한 2007년 1월부터 왈룬 지방정부 인증 노동통합기업인 '1001가지 건축일'이 건축관련 작업장을 운영하고 훈련활동은 크레아솔이 맡고 있다.

2007년 1월 이후 크레아솔은 4가지 활동분야를 운영하고 있다. 식당업, 봉제, 가사관리, 건축 등이다. 각각의 활동 분야에서는 개별적인 심리상담이 수반되는 이론교육 및 실습, 불어 및 산수, 컴퓨터, 읽고 말하기, 사회화, 외부기업 연수 그리고 구직활동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진다.

허브(HUB)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 사회적기업 네트워크로 사회적 기업의 부화장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좌절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여 설립한 네트워크 기업이다. 사업 초반에 사회적 기업가들이 경험하기 쉬운 여러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건물이나 일정 규모의 공간을 임대하여 각종 가구, 컴퓨터 등 까페와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편의시설을 갖추어 놓고 회원으로 가입한 사회적 기업가들이 서로 자유롭게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다.

회의나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시설도 구비되어 있으며 구내매점에서 간단한 과일이나 커피, 차를 판매한다.

이 밖에도 '사회적 아이디어의 실현을 돕는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연회를 개최하거나 협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연구를 지원하기도 하며 HUB Lunch라는 이름으로 회원 간의 네트워킹과 자원공유를 촉진하기 위한 모임을 제안하기도 한다.

여기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가들은 그들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시장에 대한 정보나 자금운용과 같은 실제적인 부분에 있어서 도움을 주고받음으로써 사회적 기업의 설립과 운영의 건전한 토양이 되고 있다.

각HUB 지부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은 회원으로 가입한 사회적 기업가들이 분담하게 되며 본부에서는 일체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지부 조직의 운영에 직접적으로 간여하지 않는다. 중앙본부에서는 각 지부로부터 거둔 일정 비율의 회비를 허브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사용한다.

현재 약 3,000여 명의 사회적 기업가들이 허브의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4개 대륙 12개 도시에 지부가 설치되어 있다. 주요 도시의 지부로는 미국의 Bay Area, 스페인의 Madrid, 독일의 Berlin, 네덜란드의 Amsterdam, 이탈리아의 Milan, 이집트의 Cairo, 인도의 Bombay, 브라질의 Sao Paulo 등이 있다.

어느 한 지역의 허브회원이 되면 다른 도시의 허브도 마찬가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부는 약 2~300명의 사회적 기업가가 연결되어 있으며 교대로 근무하고 상근 직원은 25명 수준이다.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

주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설립한 협동조합의 병원. 조금은 생소하지만 바로 경기도 안성시의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이 그곳이다.

1987년 안성군 고삼면 가유리 주말진료소 활동을 시작한 마을 청년들과 연세대학교 기독학생회 예비 의사들은 건강이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각성에 기초한 의료기관의 직접 운영으로 보장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994년 4월 24일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협동조합인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안성의료생협)을 창립한다.

주민 스스로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던 중 생활협동조합을 생각해낸 것이다. 이는 시혜적인 의료가 아니라 주민과 환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의료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찾아낸 해법이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한 의료인, 후원자, 지역민 300명이 1억2천만원을 출자해 안성의료생협을 창립하고 안성농민의원을 개원했다.

안성의료생협은 협동조합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조합원이 다수이기 때문에 개원 및 병원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처음 300명이던 조합원은 현재 3,100가구에 달한다. 또한 의료서비스는 개인이 아닌 가족 단위로 관리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합원 자격을 개인에서 가구로 바꿨다.

안성의료생협은 현재 4개 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9명의 전문의가 70여명의 직원과 함께 시민들의 건강을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다. 창립 이후 매년 평균 8만995명이 이곳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안성의료생협은 지난해 4월 정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음으로써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집으로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단 길동무'의 방문요원 10여 명의 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김보라 전무이사는 "급여지원이 일정 정도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음으로써 구성원들이 협동조합의 사회적 가치와 기여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다"고 인증 이후의 변화를 설명했다.

문턱 없는 밥집

▲ 문턱없는 밥집 출입문에 붙은 문구다
▲ 문턱없는 밥집 출입문에 붙은 문구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문턱 없는 밥집'은 사회적 기업이다.
평범한 음식점으로 보이지만 이른 점심시간부터 손님들이 붐빈다. '문턱 없는 밥집'에서 점심때 제공하는 메뉴는 단 한 가지 비빔밥에 된장국뿐이다. 그러나 재료만큼은 전국 최고다.

이렇게 좋은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면 대부분 가격이 비쌀 것으로 생각하지만 여기서는 이용객들이 각자 알아서 음식 값을 지불한다. 각자의 형편에 맞게 요금을 안 내도 되고 적게 내도 상관없으며 많이 지불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맛있게 먹은 만큼만 지불하면 되는데 단 하가지 주의할 점은 절대 음식을 남겨서는 안된다.

어떻게 유지가 되느냐는 질문에 문턱 없는 밥집의 심재훈 점장은 "지난해 손님들이 지급한 비빔밥의 평균 가격은 1,700원이었으며 올해는 2,500원 정도로 조금 많아졌다" 며 웃음을 지으며 "물론 이런 가격으로 비빔밥을 팔아서는 가게를 유지할 수 없어 저녁에는 제값을 받는 유기농 밥상을 판매해 점심 적자를 만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이 운영하는 '문턱 없는 밥집'은 지난해 7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정부로부터 가게에 고용된 8명에 대한 급여를 지원받고 있다.

문턱 없는 밥집은 식생활의 평등을 통한 모든 이의 건강한 삶과 남김없이 먹기 운동으로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는데 이는 교육적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서울 시내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올바른 식생활을 체험하는 현장학습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심재훈 점장은 "문턱 없는 밥집은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웰빙적 접근을 하지 않는다. 잘 살든 못 살든 사람은 누구나 좋은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며 "여기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도시 소비자가 친환경농업 농가를 지원하는 것이 되고 친환경농업을 지원함으로써 환경운동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 밥집의 목표다"고 설명한다.

이번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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