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경찰서,

원칙 없는 피의자 인권보호

  • 입력 2010.04.26 14:22
  • 기자명 이영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론에서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용어가 있다.

'오프 더 레코드'란 용어다.

이는 신문, 방송 등 언론보도에서 제보자가 보도 관계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에 보도ㆍ공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이는 말이다.

오프 더 레코드에서는 상호간 깊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본 기자는 언론에 발을 내딛는 첫 순간부터 나주경찰서를 출입했다.

6년여 동안 강력계, 지능범죄수사팀, 정보과, 수사지원팀 등 다양한 분야의 경찰직원들과 인맥관계를 형성했으며, 신뢰를 기반으로 인연을 맺어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이런 자부심은 소 브루셀라 살처분 보조금 부강수령 사건으로 산산이 부서져버려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당초 사건을 수사하는 초기 단계인 한 달여 전부터 본 기자는 상당부분 많은 내용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은 비리 범위가 넓고 사회적파장이 크며, 전국적으로 극히 드문 사건으로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오프 더 레코드'를 기자에게 요구했다.

이는 담당 수사관만의 단독 결정은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경찰서장을 비롯해 수사과장, 해당 팀장 등 모든 결재 라인이 동의했을 것이다.

이에 기자는 지역적 제한을 받는 언론사의 기자로, 기자 역시 지역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특종을 쫒는 '기자정신'을 과감히 배제하고 피의자의 신변확보(구속영장)가 끝나고 브리핑이 이뤄질 때 까지 신뢰를 지켰다.

그러나 일부 공명심에 눈이 먼 결재 라인으로 인해 정보가 언론사로 흘러나가고 피의자의 인권보호는 무색해져버렸다.

아울러, 공보가 공개된 후 수사과장의 '원칙 없고 형평성 없는' 언론공개에 심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공개된 사건의 개요를 예의상 결재권자를 통해 듣고 싶었지만 '피의사실 공표'와 '피의자 인권보호'라는 핑계를 내세워 공개를 거부했다.

그렇지만 이후 지속된 언론사들의 공개요청에 그는 맥없이 무너져버렸다.

심지어 언론사에게 담당 수사관이 직접 브리핑을 하게까지 했다.

이와 함께 택시브랜드 보조금 사건의 전말도 정확성 없는 공개로 기사의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부풀려지고 말았다.

이러한 과정들로 인해 나주경찰서는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음을 알아야 한다.

정보과든, 수사과든 특정인의 제보나 정보제공을 통해 수사가 원활하게 이뤄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신뢰를 잃은 사법기관에 그 어느 누가 사건을 제보할 것이며, 정보를 제공하겠는가.

제보자 신원의 비밀보장을 장담할 수 있겠는가.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는 '피의자 인권보호'가 아니라 신념과 원칙을 바탕으로 한 사법기관의 언론공개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저작권자 © 나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