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부처님 오신 날

  • 입력 2010.05.24 14:16
  • 기자명 김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허(내영산 내영사 주지)



천상과 천하 온 누리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날은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오셨기에 인간은 비로서 억겹으로 쌓인 무명과 번뇌를 벗어나서 참다운 인간이 되는 길을 알았으며 생로병사를 비롯한 모든 인생고를 여의고 진정한 자유와, 평화롭고 안온한 영생의 고향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본래 나와 남이 없고 천지와 더불어 하나의 생명인 부처님이 되는 길이니 서로 다투고 겨룰 상대가 없고, 탐욕과 분노가 일어날 까닭이 없으니 이르는 곳마다 훈훈한 봄바람 부는 평화로운 행복의 낙토아닌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아집과 편견의 사슬에 얽매인 현대인들은 탐착과 반목과 싸움의 불구덩이 속에서 다만 찰나의 휴식도, 한 생각의 진정한 행복도 누릴 수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온 누리의 스승이시며 고해 중생의 대자대비하신 어버이신 석가모니부처님은 2,500여 년 전에 일체중생을 구제할 큰 서원을 세우고 갖은 난행고행 끝에 마침내 인도 마가타국 보리수 아래서 위없는 깨달음을 얻어 바로 천지의 스승이요, 진리 자체인 부처님이 되셨습니다. 그때 부처님이 되셨을 때 첫 말씀이 "참으로 기이하고 기이하도다. 일체중생과 산하대지가 한결 같이 모든 지혜 공덕을 원만히 갖춘 부처님 아님이 없도다"라고 찬탄하셨습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우리 중생이 집착과 편견을 여의고 인생과 우주의 실상을 바로 보는 정견만 얻을수 있다면 이생과 우주만유는 그대로 부사의한 일체 공덕을 갖춘 일미평등한 법신부처님이며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미 깨달은 화신 부처님이요, 우리 중생들은 장차 깨달을 화신부처님입니다.

이렇듯 부처님에게는 영원히 변치않는 불변하는 법신과 인연따라 일체만유로 전변하는 화신의 양면을 갖추고 있어서 천상과 천하 온 누리는 오직 부처님뿐이며 그러기에 부처님께서 탄생하실 때 사자후로 외치신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부처님이 되는 행복한 생명의 길을 저버리고 물량의 노예가 된 중생들의 가슴은 나날이 멍들어 가고 가정과 학원과 사회는 서로 불신하고 반목하여 사나운 아귀다툼과 처참한 아비규환의 참극은 바야흐로 인류파멸의 위기에 절박해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가파른 고난과 끝없는 시련은 흡사 굴러 내린 무거운 돌을 간신히 언덕위에 올려놓으면 이내 다시 굴러 내리고 안간 힘을 써서 올려놓으면 이내 다시 굴러 내리곤 하는 '시쉬포스(Sisyphus)의 영원한 형벌'과도 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등지는 한 중생계의 처참한 참극은 그 파멸의 날까지 벗어날 기약이 없는 인과의 형벌인 것입니다. 이러한 고질적 병폐는 공산주의와 같이 인간의 고귀한 자유와 존엄성을 유린하고 온 세계를 살벌한 수라장으로 만드는 사나운 무리들이 구제 할 수는 없으며 그렇다고 이성적인 도덕적 자제도 없이 관능의 자유와 해방을 부르짖는 물질문명의 병자들에게 구리들의 운명을 맡길 수도 없습니다.

인생과 우주의 실상도 모르고 다만 외곬으로 자기네 종교만이 절대유일의 진리이고 다른 가르침은 모조리 사마외도라고 훼방하여 갖은 술수로 온 인류를 옹졸한 자기네 울안으로 몰아세우는 그네들 편에 끼어 가뜩이나 시달린 인생을 더욱 옹색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곧 부처님이 되는 길 오직 그 한길만이 인간성의 본질과 우주의 실상을 깨닫은 길이요, 영원히 자유롭고 평화로운 끝없는 지평선으로 통하는 대도이며 우리 인류가 무궁한 번영을 누리는 탄탄하고 번뇌에 물들지 않는 청정백도입니다.

우리 중생들이 비장한 결단으로 이 대도에 들어설 때 비로소 너와나 우주만유와 내가 본래 하나의 생명이라는 동체대비의 진정한 사랑이 우러나오는 것이며 그리고 이러한 가장 궁극적이고 보편적인 인생관과 그에 따른 순수한 도덕적 행위에 의해서만 진정으로 평온한 가정과 예지에 빛나는 학원과 정의롭고 평화로운 복지사회의 이상향을 이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법화경 상불경보살품에 보면 과거 무량겁이전 위음왕부처님이 계셨을 당시 교만하고 사나운 무리들이 마치 현대와 같이 들끓고 있을 때 상불경보살이란 비구스님이 있었는데 이 스님은 어느 누구를 보든 가리지 않고 만날적 마다 절을 하고는 "내가 당신을 공경하고 감히 가벼이 여기지 않노니, 당신은 마땅히 보살도를 실천하여 반드시 부처님이 되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스님은 경전도 읽지 않고 오로지 사람들을 예배만을 하였으며, 사람들이 멀리 있을 적에는 일부러 달려가서 먼저와 같이 예배 찬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중에는 도리어 성을 내어 "이 무식한 중이 터무니없이 날더러 부처가 되리라고 허망한 예언을 하나 나는 그따위 황당한 군소리를 곧이 듣지않는다"고 쏘아대곤 하였습니다. 이와같이 여러 해를 거듭하여 갖은 조롱과 훼방을 받았으나 그 스님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여전히 사람들을 예배하고 찬탄하였으며 장난이 지나쳐 막대기나 돌맹이로 때릴 적에는 피해 도망가면서도 더욱 큰소리로 이전과 같이 예배하고 찬탄하였습니다.

그 스님이 임종할 때에는 허공 중에서 위음왕부처님의 위없는 설법을 듣고 진리를 확연히 깨달아서 수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감로수 같은 은혜로운 설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전에 짓궂게 비아냥거리던 무리들도 모두 다 상불경보살을 혼연히 예배 공경하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귀중한 설화가 있습니다. 오늘날 치우치게 발달한 물질문명에 메마르고 어줍잖은 지식의 축적과 편견으로 교만해진 현대인들에게는 가장 슬기롭고 너무나 인간적인 상불경보살의 거룩한 행지는 파멸의 기로에 서성대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귀감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아! 부처님이 오신 날, 만중생이 저마다 진리로 태어난 지혜의 날 그리고 이웃을 위하여 생명을 바치고도 호리 회한이 없는 대자대비로 태어난 사랑과 봉사의 날 이날은 바로 인간의 진정한 존엄성을 찾은 천부적인 인권의 날이며 모든 불행의 씨앗인 억겹으로 쌓인 번뇌를 모조리 해탈하는 자유의 날입니다.

우리 가슴마다에 자비와 지혜로 아롱진 등불을 켜들고 온 누리의 구석구석을 찬란하게 비추며 환희용약하는 영원히 행복한 광명의 축제입니다.
저작권자 © 나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