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선 팀장의

근대사 이야기

'슬픈 근대를 걷다'

  • 입력 2010.05.31 16:35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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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시작되는 나주의 근대사는 학생독립운동, 궁삼면 토지수탈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들로 기록된다.

이와 함께 역사적인 사실을 간직한 근대건물 또한 아직까지도 우리지역에 많이 남아있다.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김은선 팀장과 함께 나주의 근대사와 시간의 흐름과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근대건물을 찾아 역사의 재조명과 문화관광자원으로써의 가치를 격주간으로 되새겨 본다.

/편집자 주



세 번째 골목

나주잠사주식회사를 찾아서



이번주에는 보폭을 아주 크게 넓혀서 나주시내인 금계동 어느 비운(悲運)의 건물 앞에 서보았다.

일부는 사라지고 일부는 남아 있는 비운의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잠사주식회사> 건물이다. <잠사주식회사>는 지난 세월을 그대로 담아내는 검붉은 빛을 띤 2층 건물이다.

이제는 주민의 근린 시설로 탈바꿈 할 계획 중인 잠사 창고터에는 2007년까지만 해도 쓰레기더미가 쌓여 허물어져 가는 근대건축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10여년을 넘게 그곳을 관리해 오는 이의 이야기로는 그곳이 바로 일본인이 직접 지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해방기에 조선을 떠나던 일본인으로부터 잠사를 건네받은 한국인이 건축하였다는 것이 그곳 관리인의 이야기였다. 1910년 준공년도를 예측할 수 있는 창고 건물이 허물어지고 몸체를 훤히 들어낸 곳은 잠사공장일적에 사용하던 기계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공장 중앙 건물이다. 육중한 기계소리가 들릴 것 처럼 기계들은 여전히 거대한 몸짓을 웅숭그린 체였다. 이층으로 건축된 공장과 창고 그 사이의 좁은 벽틈을 걸어 들어가면 마주하게 되는 사무실과 식당 건물들은 마치 잠사 공장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은 듯 한 착각을 일으켰다. 겪어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옛 시간에 대한 느낌을 생생하게 살려 주는 '장소'야 말로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는 우리의 귀중한 자산이다.

언젠가 영국을 방문 했을 때 나는 템즈강을 따라 걷다가 발견한 테이트 모던갤러리(Tate Modern Gallery) 를 잊지 못한다.

16세기 산업혁명시절 화력발전소로 운영되다가 20세기에 골칫덩어리가 되어 버린 화력발전소 건물을 갤러리로 사용하여 문화혁명을 일으켰던 그 건물! 나는 잠사주식회사 앞에서 태양을 상징하는 거대한 해모형이 박힌 테이트모던 갤러리의 1층 광장을 떠올렸다. 거대한 실내광장에 배를 깔고 엎드린 젊은이들은 떠오르는 해모형을 향한 체 그들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영산강의 물줄기를 따라 흐르는 나주천! 그리고 그 앞에 자리한 잠사주식회사 공장건물이 어쩌면 내게는 영국의 그네들보다 더 멋진 문화공간으로 자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흥분을 불러 일으켰다.

우뚝 솟은 저 굴뚝에는 유쾌하면서도 의미있는, 우리네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상징물로 거대한 알에서 갓 깨어나는 애벌레와 실 뭉치를 만들어 두면 어떨까? 그리고 공장안에서는 남도의 다양한 예술 작품(염색, 샛골나이 등)이 전시되는 축제가 벌어진다면... 과감하게 코 크고 피부색 다양한 예술가 친구들을 초청할 편지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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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잠사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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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선 학생독립운동기념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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