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입력 2010.07.27 11:14
  • 기자명 청강 장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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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길러주는 것의 하나는 이 지역을 연고로 하는 야구팀 기아 타이거즈라는 존재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전라도 사람들은 기아가 이기면 힘이 솟고 기아가 패배하면 하루가 우울해진다.

기아는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 번이나 우승하는 훌륭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암울했던 군부독재 시절에도 전신인 해태가 승리하면 우리의 기쁨이요 승리이었다. 타이거즈 선수들은 우리의 영웅이요, 우리 자신이었다.

그러나 2010년 6-7월, 기아는 16 연패를 작성하고 있으며, 한국 야구사상 연속 패배 3위의 기록을 수립하였다. 어떤 운동 경기나 장기적으로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또 실수할 수도 있고 경기를 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경기에서 이기려는 정신이 없이는 한 게임도 이길 수 없다. 개인이든 단체이든 우연히 되는 결과는 없다. 필연의 결과인 것이다. 특히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보다는 팀웍이다. 기(技)도 중요하지만 기(技)보다는 기(氣)가 더 중요하다.

작년의 다승왕 로페즈는 다른 선수가 실수하거나 계투 선수가 승리를 지켜주지 못하면 화를 내는 것이 취미처럼 되었다. 공 팽개치기, 글러브 팽개치기, 의자 던지기를 일삼았다. 미국 메이저 리그 경험을 가지고 고액 연봉을 받는 서재응도 화를 내면서 글러브를 내동이쳤다. 윤석민은 오른손을 내리쳐서 손가락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야구를 잘 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하겠다. 수백만 명의 팬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은 개인이면서 공인이다. TV에 꼭 비쳐주어야 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이름깨나 알려진 선수들은 줄줄이 부상이다. 일군의 공백을 메우는 이군 선수들은 맥을 못 쓴다. 투수는 무너지고 타자들은 때리지 못한다. 이겨 놓아도 지키지 못하고 점수를 주면 역전을 시키지 못한다.

일군 선수와 이군 선수의 기량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작년 승리에 도취된 기아야구단은 이군 감독, 수석 코치, 대타 전문 이재주 선수를 퇴출시켰다. 새로운 선수들을 전혀 보강하지 못했다. 한화와 3:3 트레이드로 방출된 장성호, 이동현, 김경헌 선수는 들어 온 선수보다 기량이 월등한 선수들이었다. 우승에 대한 결과가 방출이었다.

이래 가지고 어떻게 팀웍이 살아나겠는가. 어떻게 기(氣)가 살아나겠는가. 용맹스러운 호랑이는 이제 유순한 양이 아니면 구석지에서 '야옹' 울어대는 고양이가 되었다.

성경의 집회서에 나와 있는 다윗 왕과 금세공업자의 일화를 소개한다.

어느 날 다윗왕이 어떤 금세공업자에게 부탁을 하나 하였다. 절망했을 때 희망이 솟게 하고 승승장구할 때 겸손하게 하는 문장을 반지에 새겨 주도록 한 것이다. 세공업자는 몇 날을 생각하고 생각해도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여러 날 기도하였다. 순간 떠오르는 것은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가 제시한 문장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이었다.

승리에 도취된 기아야구단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를 알았더라면 더 겸손하고 내년을 대비하였을 터인데.

남아프카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2006년 우승 팀 이탈리아와 준우승팀 프랑스가 예선에서 탈락하였다. 스타 선수가 즐비한 프랑스 선수단에서는 자중지란의 결과가 일어났다. 선수가 감독을 비난하자 감독은 대회 기간 중 선수를 퇴출하여 귀국시켜버렸다. 대통령이 감독을 질책하고 국회에서는 청문회를 연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패인은 새로운 선수를 보강하지 않고 아직도 개인기가 뛰어난 노장 선수들로 선수단을 구성한 결과라는 것이다.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의 비결은 기본기이었다. 정확하고 빠른 패스, 지능적인 포백 수비, 똘똘 뭉친 정신력이었다. 볼 키핑 능력이 탁월한 스페인 선수들은 상대 수비수들을 끌어들인 뒤 빈 공간으로 움직이는 동료들을 향해 정확하고 빠른 패스로 수비벽을 허물었다. 볼 점유율도 높았다. 네달란드와 결승전에서도 스페인은 56대 44로 앞섰다.

페스 횟수는 715대 475, 패스성공율은 76%대 62%로 월등하였다. 스페인은 일곱 경기에서 2 실점만을 기록하였다. 선수들은 파울이 아니라 지능적인 수비로 길목을 차단하였다. 스페인은 여러번 우승후보로 거론되었지만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4위에 머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 이유는 팀 불화에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대표팀에서도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2004년부터 분위기가 바뀌어 팀의 결속이 이루어졌다.

기아야구단은 2010년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야구나 축구나 경기에서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겨야 한다. 이기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기려면 혼자만 잘 해서는 이길 수 없다. 모두가 잘 해야 한다. 모두가 잘 하려면 팀웍이 중요하다. 이기기 위해서는 기(技)도 중요하지만 기(技)보다는 기(氣)가 더 중요하다.

선수들끼리 화내고 질책하기에 앞서 겸손을 배우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연패 때문에 하위에 머물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는 언젠가는 상위권에 진입할 날이 반드시 온다. 이러한 패배도 반드시 지나가게 되어 있다. 승리할 때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패배할 때에 지나치게 낙심할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은 한 순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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