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차를 가지러가다 주차장 근처에 색바란 수국이 피어있는 걸 보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역시나 장마철에 꽃색이 바래고 이미 지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진작 피었을 텐데 매일 이 길을 지나면서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아니 봤어도 그냥 지나쳐버려 거기에 뭐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사는 게 바빴는가 생각해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닌데 나이가 들수록 더 여유가 없어진 탓인가 보다. 세월은 본디 길고 오래건만 마음 바쁜 이가 스스로 짧다고 한다는데 내가 딱 그 짝인 모양이다.
예전에 휜 사발에 쌀밥 얹어놓은 듯 복스럽게 피어있는 불두화를 보고 '수국이 요즘은 색도 다양해서 저렇게 예쁜 흰색도 나온다'고 알은체를 했다. 나중에 그것이 절에서 많이 키우는 불두화라는 사실을 알고 뜨끔 한 적이 있다. 친구가 꽃에 대해 일자무식인지라 듣고 잊어버릴 거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참에 수국과 불두화의 차이에 대해서 공부 좀 해봐야 겠다며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던 기억이 있다.
수국과 구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잎을 보면 알 수 있다 수국은 깻잎처럼 잎이 둥그스럼 하면서 끝이 톱니 같고 불두화는 흰색 꽃이 소담하게 피고 잎 끝이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꽃이 처음에는 그린색에서 완전히 흰색 그리고 살짝 자주색으로 변한다. 앞으로는 어딜가서 불두화를 보면 당당하게 알은체를 해보기 바란다.
수국은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자주 주되 배수가 잘 되는지 살펴야 하고 바람이 잘 통해서 뿌리가 잘 말라야 한다. 물을 자주 주다보니 거의 뿌리가 썩어서 죽는 경우가 많다.
꽃이 지면 가지를 많이 쳐버리고 겨울에는 어느 정도 추워야 다음해 꽃 피기가 쉽다. 겨우내 잎이 떨어져 앙상해진 가지에서 새순이 돋아나면 꽃도 많이 피게 된다. 요즘은 서양에서 원예용으로 개량되어져 나오는 수국이 참 색도 다양하고 예쁜 반면 추위에는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