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주례

청강 장봉화 수필

  • 입력 2010.08.02 10:06
  • 기자명 청강 장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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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결혼 주례를 하게 된 것은 마흔 세 살 때 제자의 간청 때문이었다. 제자는 고등학교 시절 같은 학급의 여학생과 서로 눈이 맞아 장래를 약속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나와 상담을 하면서 교제했던 내용을 자초지종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사양하였으나 간청에 못 이겨 승낙하게 되었다. 신랑의 직장 상사이던 중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매우 서운해 하셨다고 한다.

나는 원고를 작성하여 수십 번 읽으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였다. 주된 내용은 부모에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며 선생님으로서, 사모님으로서 품위를 지킬 것, 진취적 기상을 가지라고 주문하였다. 당황하지는 않았으나 아주 능숙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나중에 물어보니 짧게 해주어 좋았다고 신부가 말하였다.

나는 주례를 한 신랑 신부의 인적 사항과 결혼일, 주소와 직장, 자녀 이름을 입력하여 관리하면서 추수지도를 하고 있다. 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멘토가 되고 그들은 멘티인 셈이다. 지금까지 본인이나 부모님의 부탁으로 주례를 한 것이 모두 16쌍인데 다들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결혼식장에 가보면 개선했으면 하는 면이 매우 많다. 결혼식은 거룩하고 엄숙한 가운데 아름다운 추억으로 일생 동안 간직해야 한다. 일과성이고 상업적이며, 예식인지 장난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후닥닥 끝내는 결혼식을 보면 아쉬운 생각이 든다. 때로 원고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여 표현법이 서투르거나 인생의 좌표나 교훈을 주지 못하는 주례사, 사회자가 주관하는 이벤트가 어색하고 민망한 경우가 있다. 몸통은 어디 가고 깃털이 춤추는 것 같다.

내가 본격적으로 결혼 주례를 하게 된 것은 2007년 가을부터였다. 나의 주례 모습을 본 한 웨딩숍 대표가 간곡히 부탁을 했다. 그리하여 웨딩숍이나 예식장의 부탁으로 주례를 하기 시작했는데, 결혼하는 부부의 인적사항과 결혼 날짜, 장소, 인연 등을 기록해 놓고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간곡히 기도한다. 나의 기도와 주례사를 잘 실천하는 부부는 확실한 은혜로 백년해로하는 부부가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나의 주례사는 사랑과 행복, 성공에 관한 메시지이다. 계절이나 날씨와 관련하여 축하하는 말로 시작한다. 신랑과 신부 소개, 만나게 된 동기와 기간, 연리지로서 부부관계, 이스라엘 어머니들의 교훈과 관련한 부부의 도리, 본받기를 바라는 모델 제시, 표정과 말을 통한 이미지 관리, 독서의 중요성, 자녀 교육 방법, 준비성과 삶의 자세, 하객에 대한 부탁 말씀의 순서로 진행한다. 동서양 석학들의 철학과 예수님, 부처님의 가르침을 농축하여 5분 내지 7분에 설파한다. 꾸준히 책을 읽으며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다. 음성의 강약, 장단, 속도 조절 뿐 아니라 분명한 발음으로 당사자 뿐 아니라 하객 모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선은 신랑 신부는 물론 양가 부모, 하객 모두를 나의 시야에 집어넣는다. 사진은 활짝 웃으면서 찍도록 하고 주례사를 인쇄하여 주면서 간혹 읽어 보도록 권장한다.

신랑 신부의 흐뭇해하는 모습,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하다. 하객들의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를 집중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하다. 또 박수를 받으면서 예식을 의미 있고 성스럽게 끝내면서 다른 어떤 취미를 가진 사람보다 그런 능력을 주신 하느님, 그런 직업을 갖도록 섭리해 주신 하느님, 이러한 신앙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영광을 돌리고 있다.(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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