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선의 근대사 이야기

여덟번째 골목_구 금융조합

  • 입력 2010.08.09 10:09
  • 기자명 김은선 나주학생독립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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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덟 번째 골목이다.

그리고 65주년 광복절을 맞아 특집으로 돌아보는 '특별한 근대건물 세 곳'도 벌써 마지막이다. 곧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조각보가 전시될 옛 나주경찰서를 지나, 11.3 학생독립운동에 불씨를 당겼던 옛 나주역사까지...역사적 의미를 듬뿍 담아내고 있는 공간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 나주금계매일시장 입구에 서있는 구 금융조합 건물. 현재는 개인병원으로 쓰이고 있다.
▲ 나주금계매일시장 입구에 서있는 구 금융조합 건물. 현재는 개인병원으로 쓰이고 있다.
이번 주에는 한말 서민들의 신용금융기관이었던 금남금융조합을 찾아 제 65주년 8ㆍ15 광복절 특집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금남금융조합은 지상 1층의 목조건물로 전형적인 일본식 건물이다. 1930년대에 건립된 이 건물은 해방 후 잠시 나주읍사무소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금융조합일 때는 조합원의 출자금과 정부의 자금 등으로 운용되던 이곳은 공공기관으로써 역할을 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즉 일본인들이 운영하며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곳이었던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청년시절을 보냈던 어느 어르신은 그곳을 회상하며 목포상고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 근무했던 곳으로 당신도 그곳에 예금을 했던 기억이 있다며, 옛 기억에 대한 우수어린 눈빛을 반짝이셨다. 문화통치를 꾀하며 스며들어 우리네 경제까지 깊숙이 관여했던 그네들에 대한 기억은 눈물 그렁그렁한 어르신의 눈빛 속에 그렇게 살아 있었다.

경제활동! 과거나 지금이나 자본주의 논리가 깊숙이 뿌리 내려 이제는 그 폐단마저 치유해야 하는 판국에 은행의 역할은 무엇일까. 배부른 자들을 위한 부의 축적 기능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서민경제에 윤활유가 되는 역할이 진정 은행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자들을 위한 그라민은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창적인 생각을 통해 시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옛 금남금융조합의 탈바꿈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나주사랑상품권을 돈의 가치보다 더한 것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비록 성공적이지는 않았으나 경기도 성남의 문화통화처럼 화폐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품앗이정신이나 봉사, 사랑, 평화 등에 대한 것들을 교환하는 문화은행으로 역할을 해보는 건 어떨까. 비현실적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예전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가 살던 시절엔 그러한 것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나 공동체의 삶이 입으로 전해지거나 잊혀져 버리기 전에 남겨야 할 '박물'이 되기 전에 우리는 다시금 그 생각들을 돌이켜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옛 금남금융조합건물은 '문화품앗이장터' 쯤으로 이름 짓고 지금의 여행처럼 공동체의 삶을 저금했다가 또 다시 공동체의 삶을 위해 손 벌릴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큰 바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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