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당 행사 왜 시청회의실에서 하나

  • 입력 2011.12.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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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민생투어 100일 대장정'을 시작하면서 광주ㆍ전남지역 첫 방문지로 지난 6일 나주를 찾았다. 이날 손 대표는 학교급식 재배단지와 폭설피해 농가 등을 직접 찾아 민생현장을 둘러봤다. 오후 2시 30분부터는 시청 회의실에서 시민토론마당을 개최했다. 제1야당 대표로서 다양하고 생생한 민심을 살피기 위한 이번 탐방의 취지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특정당의 행사를 시청 회의실에서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 나주지역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장소 결정은 중앙당에서 했다고 한다.

처음 지역위원회는 시민토론마당 개최장소를 시민회관으로 준비하고 있었지만 중앙당 차원의 결정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특정당 행사를 왜 시민회관에서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지역위원회 관계자의 입장이기도 하다.

지난 한주 동안 손 대표는 경기 부천, 서울 성북, 전북 군산, 전남 나주, 경북 구미 등을 탐방했다. 시민토론마당도 모두 해당 시군구 회의실에 진행했다. 경북 구미를 제외한 4개 시군구 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단체장 소속 정당이라는 이유와 그들이 모시는(?) 대표라는 점에서 시청, 군청, 구청 회의실을 선뜻 내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장소를 제공한 나주시청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장소협조 요청이 왔을 때 특정당의 행사였기 때문에 시민회관이나 문화예술회관으로 유도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임성훈 시장 소속 정당 대표의 방문이라 두말 않고 장소를 내줬을 것이고 감히 아래 직원들이 윗사람 눈치 보느라 토를 달수도 없었을 터다.

더군다나 구제역, AI, 폭설 등으로 바쁜 와중에 시민토론마당을 시청 회의실에서 함으로써 직원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을 뿐만 아니라 행정력 낭비까지 불러왔다.

시민토론마당이 열리던 날 시청 홍보팀의 문자 발송 또한 의아한 점이 많다.

전ㆍ현직 지역 언론인들에게 '민주당 손학규 대표 나주방문'이라는 제목으로 시민토론마당 개최 일시와 장소를 알렸다. 그러나 현직 언론인들은 제외하더라도 문자를 받은 전직 언론인들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전에는 한번도 문자를 보내지 않더니만 손 대표의 방문만은 문자로 알려줬다는 것이다. 민주당 시장의 행사라 지나친 충성심이 발휘됐던 것 같다.

특정당 행사를 시청 회의실에서 진행한 민주당이나, 장소를 내어주고 오지랖 홍보까지 애쓴 나주시나 어리석기는 매한가지다.

'민생투어'라는 취지에 걸맞게 진정한 국민정당으로 거듭나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피는 민주당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나주시는 이리저리 눈치보고 휘둘리지 않게 곧은 뿌리가 깊숙이 내려 앉은 줏대 있는 행정을 펼쳐줄 것을 기대해 본다.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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