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忍辱)

  • 입력 2011.12.16 10:30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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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본디 칠정(七情)이라는 마음의 보따리를 껴안고 산다.

그 중에 오(惡) 또는 욕(辱)이라는 부산물을 낳게 된다.

불가의 6바라밀에서 인욕바라밀이라 하여 여러 가지 모욕과 번뇌를 참아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한 수행을 말하며, 욕되는 일을 참는 것은 일체의 바깥장애를 방지 할 수 있으므로 갑옷에 비유하여 중의 가사를 인욕개(鎧)라 일컫는다.

사자성어로 타면자건(唾面自乾)이라는 말은 남이 침을 뱉었을 때 바로 닦으면 그 사람의 마음을 거스르게 되므로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으로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참아서 처세상 인내할 필요가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영산강 물줄기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예술인의 체질에 맞는 생리(生理)와 지리적 여건에 마땅하다싶어 평소에 지목했던 금성산 언덕 빼기 지덕(地德)의 품안에 안기어 내 취향 나름의 전원생활이 시작 된지 어언간 10여년이 되었다.

전업(專業)인 한문서예학원을 잠시 쉬고 있던 중에 공공근로사업의 일환으로 호적 전산화 작업의 소임을 맞게 되었다.

나중에는 산과 들로 나갔었는데 그때 만난 나주 골 아재, 아짐들! 물설고 낯설은 사고무친 나에게 전도되는 온기, 우리 남도사람들 끼리만이 느낄 수 있는 질박한 정겨움에 파묻혀 함께 했던 야전생활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속에 반전하여 어느 공직자의 텃세? 그 분으로부터 받았던 푸대접 같은 괄시!

이 대목 또한 나에겐 잊을 수가 없다.

구체적으로 적을 수가 없는 성격의 것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못난이의 옹졸함이 자칫하여 드러났을 때 솟구치는 감정을 고비마다 이성으로 제어하면서 당시를 용케도 모면 해 나왔던 것 같다.

상대로부터 모멸을 당하였을 때, 성인군자가 아닌 소인의 가슴팍으로 견디어 내기란 무척 힘든 일인 것이다. 차라리 얻어맞는 아픔은 언젠가는 아물지만 업신여김의 상처는 치유할 수가 없기에 영원히 남는다.

그렇지만 '인내만은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고약과 같은 것이다'라 했다.

인욕의 실천으로 오늘 이렇게 졸필이나마 지면을 통한 실토의 장(場)을 허락 받았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세상을 살다보면 대인관계에 있어 누구라도 때로는 모욕적인 상황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분한 마음을 삭이느라 밤새껏 잠을 못 이룬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부끄러움을 꾹 참아내는 것도 우리네 인생사가 아니겠는가?

수치스러운 일이 더러 있어도 괜찮다. 좀 손해 보면서 우둔할 때도 있어야한다.

인내는 매사 어려움을 해결하는 모든 방책의 문이다.(인지일자중묘지문/忍之一字衆妙之門)

인내는 백번 참아내는 가정에 화평만이 있는 것이다.(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

그래서 인욕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온갖 일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덕목인 것이다.(인지위덕/忍之爲德)

<竹>

박천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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