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고은 작가의 죽음

  • 입력 2011.12.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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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문학회에서 나눴던 얘기가 생각난다. "밥이 되는 것도 아니고, 힘이 되는 것도 아닌데, 여기 이렇게 함께 하신 문인들의 특별한 감성을 존경한다."는 조수웅 문학박사님의 말씀이 귓전에서 바람처럼 일어난다. 한 시나리오작가가 32세의 나이로, 지난 1월29일 자신의 단칸방에서 생활고로 숨진 가슴 아픈 사실을 놓고, 항간에선 이런저런 말들이 식지 않는다. '어쩌면 작가가 굶어 죽을 수 있는가?' '가족은 뭘 했는가?' '지금 예술인들의 현실이 이런 모습 아닌가?'... 자신이 제작한 12분 격정 소나타의 영화처럼 짧으면서 기인 운율을 남기고 가버린 고(故) 최고은 작가의 삶에 안타까움과 애잔함이 떠나지 않는다. 그녀가 던지고 간 메시지는 무엇일까? 어떤 언론에서 어떻게 보도가 됐든, 고(故) 최고은 작가는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 환자였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세는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며, 몸은 말라가 불면증과 우울증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풍족하진 않지만 의연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다가, 병마에 시달리면서 환자의 몸으로 글 쓰는 일에 몰두할 때, 견딜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의 시간들이, 굶주림만이 아닌, 서서히 삶의 희망을 놓아버리고 정리했던 것은 아닐까? 예술은 혼을 불어 넣었을 때 살아있는 것이 아니던가! 맛 닿은 시간마다 작용과 반작용을 오르내리며, 아파하는 것이 예술인들의 감성 아니던가! 여러 가지 비난과 안타까움과 냉소들이 쏟아져 내려도, 우리가 발 담고 있는 사회적 현실이 먹고사는 문제를 내려놓고 예술에 몰두할 수 없다는 그늘진 사실은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예술인들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예술인 복지법'('최고은 법'이라 불리기도 하는)이 민생법안처리 14개 속에 들어 있다니, 그것이 최선일지는 모르지만, 조금은 희망적이다. 조박사님의 말씀처럼 밥이 되는 것도 힘이 되는 것도 아닌데, 조정래샘의?장편 제목처럼 <허수아비 춤>을 추더라도 글을 쓰고자? 하는 문인들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한 동안 먹먹했던 가슴을 진정시키며, 고(故) 최고은 작가의 명복을 빈다.



한진

(한국문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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