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정 칼 럼

부부간의 깊은 신뢰

  • 입력 2011.12.16 12:08
  • 기자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시 직장 생활을 하던 남편이 출근을 한 뒤였습니다.

돌쟁이 딸에게 막 우유를 먹이려는데 낯선 여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혹시 송 선생님 댁이 맞나요?"

"예, 맞습니다."

"송 선생님 집에 계신가요?"

"출근하셨는데요."

"송 선생님 들어오시면 영 다방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전해주세요."

"예, 그러겠습니다."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웬일이지? 영 다방에 외상값이라도 있나? 평소 다방에도 잘 드나들지 않을 뿐 아니라 외상 같은 것은 하지 않는 사람인데…….'

종일 궁금해 하다가 퇴근 한 남편에게 전화 왔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하던 남편은 "영 다방이 어디에 있지?" 도리어 나에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글쎄요. 나는 모르죠."

대수롭지 않게 대답은 했지만 밤새 내 머리에서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남편이 출근한 뒤 어제와 같은 시간에 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여보세요."

"세라 엄마, 잘 있었어? 나야."

장위동에 사시는 큰 시누님이었습니다.

"예. 형님, 그동안 평안하셨어요?"

"응. 그런데 어젯밤에 동생이랑 안 싸웠어?"

"아니요, 안 싸웠는데요."

"영 다방에서 여자가 전화를 했는데도 안 싸웠다는 말이야? 사실은 어제 영 다방이라고 전화한 사람이 바로 나야. 자네들 싸우나 안 싸우나 보려고 내가 장난삼아 한 번 해본거야."

"어제 전화했던 여자의 목소리는 형님 목소리가 아니던데요."

"그거야 내가 일부러 콧소리를 냈으니까 그렇지. 혹시 큰 싸움 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돼서 전화했어."

장난전화해서 미안하다며 큰시누님은 전화를 끊었습니다.

휴! 안도의 숨이 나왔습니다.

본래 큰시누님은 장난기도 많고, 한 인물 하는 분입니다. 음식 솜씨도 좋아서 남편은 큰누나가 만든 음식을 제일 좋아합니다.

다른 날보다 일찍 퇴근 한 남편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를 했더니 싱겁다는 듯 웃었습니다.

부부에게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본문 2:2]-----------------------------------



황경연

(여성컬럼니스트)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