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부정부패 그리고 언론

  • 입력 2011.12.16 19:42
  • 기자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최근 발언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되었다. 좀처럼 언론에 나서지 않는 이건희 회장이 직접 기자들 앞에서 언급했을 정도로 삼성의 부정부패가 꽤 심각한 가 보다.

물론 부정부패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선 행정이나 서민경제 생활에서 "급행료"나 "떡값" 등은 거의 사라졌지만,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보듯이 한국의 부정부패는 엘리트 고위계층 깊숙이 뿌리박혀있다. 직원들이 업자로부터 향응 접대와 현금 수수를 해온 국토해양부가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 고위층의 부정부패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부정부패의 색출과 예방을 위한 사회적 장치 중의 하나가 언론이다.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은 권력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기능이다. 권력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서 언론의 자유를 헌법에 보장한다. 권력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필봉을 휘둘러달라는 주문이다.

언론은 부정부패를 해소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한국의 언론은 부정부패에 대한 감시견(watch dog)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왔다. 가장 큰 이유는 일제식민지와 군사독재정권 기간 동안 언론자유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패고발에 적극 나서는 언론에 대한 권력의 보복이 따랐고, 권력의 부패를 못 본 체하거나 권력과 결탁해서 언론이 부패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언론의 부정부패고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적 여건이 조성되었지만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었다. 특히 재벌의 비리는 감시의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다. 대기업 광고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언론의 특성상, 막강해진 재벌의 비위를 건드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발언 직후 소위 "조중동" 지면에는 부정부패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삼성과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찬양하는 용비어천가가 울려퍼졌다. 삼성이 그 정도면 다른 대기업은 오죽하겠냐면서 물타기를 하기도 했다. 한겨레만이 "이 회장 자신도 불법행위를 했던 장본인"이라면서 반성과 성찰을 요구했다.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삼성은 권력과 언론을 모두 장악했다. 그러나 "절대권력은 부정부패로 망한다"는 역사적 진리마저 검은 돈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부정부패로 망하지 않는 삼성이 되려면 우선 언론의 감시를 받는 삼성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삼성의 애완견으로 전락한 한국의 언론을 "감시견"으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장호순 교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