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의 혼 죽었는가

만장을 내리며... 이현영 기자

  • 입력 2011.12.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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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어느 곳에나 '밥'과 그 밥을 담는 '그릇'이 있다.

배고픈 사람에겐 당연히 그릇보다도 밥이 더 중요하다. 때때로 어떤 모양의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 똑같은 내용의 밥이라도 맛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밥과 그릇 관계를 좀 더 고상한 용어로 내용과 형식의 관계라고 내숭을 떨며 이야기한다.

한국에 예부터 구전해온 경제론이 있다. 그 중 한 대목을 소개하자면 '돈 가는 곳에 마음 간다'라는 구절이 있다. 선인들의 경험이 만들어낸 돈과 영혼의 관계에 대한 지혜로운 이 말의 뜻은 명확하다. 프로젝트 예산을 지원하는 돈줄의 입장에 따라 작업의 내용은 얼마든지 바뀌어져 버린다.

이렇게 돈 몇 푼에 혼을 팔아버린 행위들이 지역예술인들에게 일종의 습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이들은 그 예산이 없이는 콧구멍만한 전시회 하나도 스스로 꾸릴 수 없을 정도로 왜소해져 버렸다. 돈과 자치행정에 작가의 영혼과 몸이 길들여져 버린 것이다.

우리의 산천을 갉아 파먹고 있는 전국토를 토목공사현장으로 만든 4대강 개발은 지자체의 이해관계, 또는 강 주변에 부동산을 소유한 극소수 사람들을 배불려 주는 개발에 지나지 않는 사업이었다. 강가의 가을축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정당성과 홍보를 위해 행하는 행사일 뿐 우리축제가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 행사에 지역예술인이 반발했을 때는 우리지역 예술계가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작지만 강한 우리지역에 면면히 흐르는 '의'와 '예'가 아직 살아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허나 이런 기대감도 잠시 나주예총이 운영위원회를 통해 강가 행사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자가 아닌 지역민으로써 아픔을 느낀다.

지금껏 작지만 크게 지켜냈던 우리의 자산이자 자존심을 팔아 작은 이익에 자신을 매몰시키는 행위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닌 사실에 지역의 예술혼이 무너짐을 느낀다. 지역을 아끼고 가꾸어가야 할 책임이 있는 예술인이자 지식인들이 자연과 문화를 파괴하는 사업에 앞장서는 모습에서 지금껏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어릴적 영산강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노래하고 마음에 담으려 했던 그 예술가적 정신은 어디로 가고 생명과 문화파괴의 현장에서 예술인들은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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