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입력 2012.04.0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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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모두에서 드물게 인정받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앨버트 O. 허시먼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는 지난 200년 동안 보수주의자들이 그 싸움에서 어떤 말의 무기를 휘둘러왔는지 파헤친 책이다. 이책은 "지난 200년 동안 보수주의자들과 정권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만 똑같이 되풀이 해왔다"주장하면서 역효과·무용·위험의 3가지 명제를 제시했다.

먼저 그래봐야 너만 힘들어 진다. 이 역효과의 명제는 무엇을 바꾸거나 개선하려는 시도에 대해, 실제로 의도하지 않은 정반대의 일이 일어날 거라고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개혁한다고 해봐야 오히려 서민들만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명박의 감세 논리, 박근혜의 '줄-푸-세' 경제 공약도 대표적으로 이 명제 위에 서있다. 가령 대학교 반값등록금 투쟁을 위해 공부를 중단하고 거리로 나가봤자 그것을 시도한 학생들에 피해가 돌아가 그들의 미래만 더 가혹해질 거라는 식의 논리이다. 사회의 집단의제를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으로 환원시켜 변혁의지의 싹을 자르는 논리이다. 이 명제는 아주 강력한 힘으로 작용해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어 백날을 해봐라. 그래봐야 기존의 체제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 무용 명제는 아무리해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지금 우리가 MB정권 하에서 느끼는 일종의 무력감이 바로 이 무용 명제를 바탕으로 한다. 가령 지난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도 무용 명제의 수사학을 사용한다. 항의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로 세상이 바뀌었는가? 이런 자조어린 말은 항의나 저항, 개혁의 힘을 밑바닥에서부터 붕괴시키는 작용을 한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하면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 위험 명제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가장 이상한 작동 방식은 이른바 '복지'라는 단어에 보수집단의 알레르기현상이다. 유럽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안정적이라고 입증된 복지국가라고 하는 사회경제 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에 보수정권과 보수언론은 오히려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한술 더 떠 과잉복지는 공짜복지라는 용어로 대치시켜 재정위기를 가져온다는 식의 논리를 펴면서 전면적 복지를 주장하면 빨갱이로 덧칠한다.

결국 이 세 가지 명제가 의도하는 바는 시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무엇인가를 행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해만 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러한 허무주의를 타파하는 것이야말로 보수의 세상을 허무는 변화의 단초로 보인다. 그 첫 시발점은 바로 조직적인 연대이다. 그런 큰 흐름이 현실에서 등장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민주당의 정치적 후보전술인 야권연대다. 이 연대가 더 조직화된다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도 보인다.

모든 것을 버리는 자세로 야권연대를 이루었습니다. 국민들 속에 진보의 뿌리를 내리고 자양분을 빨아올려 진보적인 민주주의를 꽃피우겠습니다.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루어내겠습니다. 이번 총선에 임하는 통합진보당의 대표적인 슬로건이다. 진보당지도부의 유연한자세가 표현된 말이다. 진보당의 유연한 모습이 우리지역에서도 실현됐다. 전국적인 야권연대의 성공을 위해 진보당이 자기 살을 깎는 희생을 보여줬다. 우리지역 민주개혁진보세력의 미래에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연대로 귀결되길 기대해본다. 더불어 통 큰 결단을 한 전종덕 후보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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