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주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박유진 섬유공예가, 아름다운 역사문화 수놓아

  • 입력 2013.06.04 11:04
  • 수정 2014.08.20 14:12
  • 기자명 김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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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다시면 가운리에 ‘가삿골’이라는 공방을 열어 놓고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고 있는 박유진(43) 섬유공예가. 그의 작품에는 나주의 역사와 문화가 숨쉬고 있다.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섬유공예를 전공하고, 10여 년 넘게 섬유공예가의 길을 걸어 오고 있다.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한 다양한 전통자수 기법들을 어머니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박 씨는 ‘가삿골’에서 실을 잣고, 꽃물과 풀물을 들여 섬유를 만들어 내고, 자르고 깁고 수를 놓아 작품 하나하나를 완성해 가고 있다. 지금은 소비자 위주의 생활과 밀접한 작품들을 만들고 있지만 틈틈히 전시를 위한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향후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귀뜸해 주었다.

 

 
 


특히 역사에 관심이 많은 박 씨는 마하니와 함께 나주의 역사이야기를 담아 도시의 옛 지도들을 제작하고 있다. 나주읍성 지도를 비롯해서, 인근 무안, 영암 등지의 고지도가 천연염색 자수작품으로 생명력을 얻고 있다. 그의 작품 ‘고성(古城)의 천년’은 1872년에 제작된 나주읍성지도에 영산강 뱃길을 덧붙인 작품으로, 홍화씨로 염색한 원단에 옛 지도와 차꽃, 차밭, 금성산의 모습이 천연염색 실로 수놓아져 있다. 여기에 보물지도처럼 비밀(나주의 역사)들이 숨겨져 있다. 이 작업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몇 년전에 영국 런던 시내 중심지 트라팔가 광장 근처에 자리한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의 정신문화 원형을 되짚어 보는 전시회가 열렸다. 그의 작품 바구니 보자기 ‘마하니’가 선보였다.
바구니와 보자기가 하나로 만나는 박 씨의 디자인 작업에 담양의 대나무 명인 노순걸 방립장(方笠匠)의 대바구니와 무형문화재 나주소반장 김춘식 명인의 옻칠, 그리고 중요문화재 정관채 염색장의 쪽염색이 쓰였다. 한 작품에 장인들의 손길이 포함되어 아름다움이 더했다.

 


여기에 박 공예가의 전통 자수가 만나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탄생한 것이다.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씨의 ‘마하니’ 작품은 이미 서울과 뉴욕, 런던을 거쳐 지난 2010년 G20정상회의 기념특별전 나들이까지 다녀왔다.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감각의 그녀 작품은 광주비엔날레, 컬러엑스포 등 많은 곳에서 시선을 집중 시켰다.

 

 
 


그는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는 섬유디자인 작업을 추구한다. 특히 현대적 감각과 전통적 정서의 조화로 만들어진 작품은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쓰임’의 기회를 제공하며 공간의 품격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왔다.
오늘도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가장 한국적인 무엇일까. 가장 나주적인 것이 한국적인 것이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고로 가장 나주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며 가장 나주적인 것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도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어떤 것을 시작할때는 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한두사람이 남을 때 바라보고 찾아 주는 것 같다”며 “꾸준히 견디고 참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견뎌야 할 것이 많습니다. 차분하게 맘 먹고 하니까. 이렇게 하니까 되더라.”
소품이어도 최선을 다하고 내가 만족해야 다른 사람들도 만족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작품마다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공이 들어간 것인지 아닌지 소비자가 손맛을 안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성이 들어간 것은 찾는다는 설명이다.

▲ ‘고성(古城)의 천년’은 1872년에 제작된 나주읍성지도에 영산강 뱃길을 덧붙인 작품으로, 홍화씨로 염색한 원단에 옛 지도와 차꽃, 차밭, 금성산의 모습이 천연염색 실로 수놓아져 있다.
▲ ‘고성(古城)의 천년’은 1872년에 제작된 나주읍성지도에 영산강 뱃길을 덧붙인 작품으로, 홍화씨로 염색한 원단에 옛 지도와 차꽃, 차밭, 금성산의 모습이 천연염색 실로 수놓아져 있다.

끝으로 빨리 문화에 대해 지적했다. 빨리빨리 문화가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 또다시 빨리 문화에 빠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빨리 가는 것과 느리게 가는 것의 값이 분명 다른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느리게 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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