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옷날

  • 입력 2013.06.10 10:08
  • 기자명 양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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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옷날



옛 사람들은 아름다운 여인의 입술을 앵두에 비교했죠.
마당의 앵두가 빨갛게 익어가는 것을 보니 단오가 가까워졌나 봅니다. 음력 5월 5일이 단오예요. 올해는 양력 6월 13일이네요. 설날, 한식,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명절에 속했는데 혹 24절기에 포함된 줄 아셨나요.


양의수가 겹치는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 중 볕이 가장 강하다고 하여 우리 조상들은 성대하게 세시풍속을 행했던 날 이예요. 집집마다 정갈한 음식을 마련하고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하루를 즐기죠.


수릿날, 천중절이라 불렸던 단오절에 전통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볼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여인의 모습 이예요. 칠흑 같은 삼단머리에 윤기가 흐르던 자태를 선호했던 미인의 기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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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적 전주 덕진공원 연못에서 남녀노소가 그다지 맑아 보이지 않은 연못물에 머리 감고 물을 바가지로 떠서 몸에 끼얹는 모습을 봤어요. 연못가에 창포가 자라고 있었는데 창포 삶은 물에 머리감고 세수를 하면 병마를 물리치고 귀신을 막아준다고 했다네요.


또한 창포 뿌리는 잘라서 비녀 머리에 꽂는 것을 단오장이라 했어요. 궁중에서는 공조에서 부채를 만들어 임금께 올리면 가까이 있던 신하들에게 부채를 하사하던 풍습이 있었는데 단오선이라 불렀어요. 시골에서는 단옷날 한낮에 대추나무가지 사이에 작고 둥근 돌을 끼워 두는데 이렇게 하면 대추가 많이 열린다고 하죠. 이것을 두고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라고 불러요.


여자들은 그네를 뛰어요. 고려시대에는 귀족들의 놀이였는데 조선시대 상류층 여자들에게 금지된 놀이였어요. 하지만 1년 내내 집안에만 있으면서 바깥구경 못하는 그들에게 단옷날 하루만이라도 해방감을 맛보고자 했었구요. 그네하면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신윤복의 단오풍정, 그네 뛰는 춘향에게 한눈에 반한 이몽룡 우리 가슴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모습이죠.



그러면 단옷날에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요.
앵두화채가 가장 먼저 생각나네요. 무더위가 시작하기 전 초여름에 단오가 찾아오는데 제철인 앵두를 따서 설탕과 물을 적당한 비율로 섞으면 완성, 참 쉽죠. 피로한 몸을 회복시켜주고 더위에 잃은 입맛을 살려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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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군주 가운데 세종, 성종이 앵두 열매를 좋아하셨어요. 앵두를 진상한 백성에게 상도 주기로 했죠.
수리취떡도 있는데요. 수레바퀴모양의 떡이에요. 수리취를 넣고 멥쌀가루에 설탕물을 넣어 체로 내린 뒤에 찐 것인데 쑥으로도 만들어요. 향긋한 냄새가 폴폴 나요.

 
음료로는 제호탕이 있는데 갈증을 풀고 입맛을 돋우는 별미죠.
하지만 만들기가 어려워요. 재료로는 오매, 초과, 백두구, 사인 등 한약재를 곱게 가루를 만들고 꿀에 버무려 끓인 후 냉수를 타서 마시는데 오매는 기침과 갈증에 초과는 위장을 백두구, 사인은 각각 기열순환에 좋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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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복잡하고 재료 구하기도 힘드니깐 오매만 구해 가루를 내서 따뜻한 꿀물에 타서 먹어도 좋아요.
이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 대표적인 단오의 풍습 중 음식과 놀이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요.

 
단오 무렵에 챙겨 먹는 음식으로 여름철 건강관리를 했던 것인데 조상들의 살뜰한 지혜가 담겨있죠.
혹 강릉 단오제 아시나요? 2005년 유네스코 세계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축제예요. 단옷날 전후에서 서낭신에게 지내는 마을공동축제인데 세계 속에 내홍아도 아깝지 않은 천년을 이어온 축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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