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 입력 2013.10.07 11:45
  • 기자명 박학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산포. 한 때 돛배가 드나들고 고깃배로 불야성을 이뤘던 호남 최대의 포구였지만, 지금은 그냥 한적한 지방 소도시다.

최근에서야 홍어축제 등 옛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고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영산강 둔치가 시민공간으로 다양하게 변모하면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더군다나 매년 4~5월이면 영산강을 따라 피기 시작한 유채꽃들이 전국의 상춘객들을 불러들이는 황홀한 모습을 연출한다. 영산강 물길을 따라 30만㎡에 걸쳐 지천으로 피어난 유채꽃 물결이 영산포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강안개 속에 수줍듯 피어있는 유채꽃을 앵글에 담기위해 영산포를 찾았고, 가족단위 상춘객들은 아이들과 함께 유채꽃 속에서 추억을 남겼다. 한켠에서는 얼싸한 홍어가 미식가들을 자극하며, 봄철 주말이면 심심찮게 관광버스로 영산포가 들썩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 풍경이 없었다. 유채꽃 대신 잡초가 우거졌고, 나주시는 가을철 코스모스 핑계를 댔다. 유채꽃은 비록 실패했지만 가을철 코스모스로 봄철 유채꽃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큰소리 쳤다.

하지만 가을에도 영산강 둔치는 재앙이었다. 코스모스는 찾아볼 수 없었고, 잡초는 나주시행정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성했다.
비근한 예로 동강면 같은 경우 면사무소와 주민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해바라기 꽃과 코스모스 길은 느러지전망대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선사하고 있는 반면, 영산강둔치는 이전부터 가꾸어져왔던 이미지를 제대로 말아먹어버린 셈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 누구하나 사과하는 이가 없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경위에 대해 설명하는 이도 없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올해를 넘길 모양이다.

분명히 어떤 문제가 일어났고, 그에 따른 피해가 양산됐는데도 그 누구하나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무책임한 역사는 똑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게 만든다.

어느 누구를 문책하라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하지 않겠는가? 아무도 책임지는 자가 없다면, 귀신도 곡할 노릇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