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단의 눈물 -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내일이 없는 왕곡면 덕산리 구기촌 여섯가구

  • 입력 2013.11.11 13:01
  • 수정 2013.11.11 13:04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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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전기 끊길까 조마조마 새우잠

정든 이웃들도 하나 둘 떠나가고, 낯익었던 농토와 신작로가 하루 사이로 사라지고 있는데도 정작 주거지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40여 가구가 오손도손 살았던 마을에 우물이 마르고 폐허는 늘어나고, 이제 겨우 9가구만 남아서 내일을 걱정하는 마을.

 
 

농사지을 농토하나 없이, 옆 마을은 내년 종자를 준비하느라 분주해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하늘만 쳐다보고, 한숨만 쉬는 마을이다.
왕곡면 덕산리 구기촌 마을.


나주시가 조성하고 있는 미래일반산업단지로 편입돼 지금은 공사가 한 창 진행중인 마을이다.
주변은 이미 정지정리가 되고 있어 마을 진출입로 역시 공사장 한 복판을 지나야 할 만큼, 오지 아닌 오지가 되버렸다.


지난 7일 텅 빈 마을 회관에서 만난 나영순, 박양순, 김막례, 한경순씨는 한숨부터 내쉰다.
“이주단지도 조성되지 않았고, 이주단지로 옮기려고 해도 분양금이 비싸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게다가 맨 처음 산단을 조성할 때는 마치 원주민들에게 간도 빼줄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이제는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며, 정들었던 주민들도 뿔뿔히 흩어지고 늙은 노인들만 남아 있어서 더 무시당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에게는 이주단지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당초에는 원주민들에 한해서 조성원가의 70%인 평당 35만원을 이야기하더니 이제 와서는 평당 42만원에 분양한다고 해서, 보상비로 평균 12만원 받았는데 무슨 돈이 있어서 이주단지로 입주하겠느냐고 불평했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이웃들은 인근 마을이나 영산포 등지로 이주했지만 남은 사람들은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그나마 없이 살아도 이웃들과 함께 시골의 정을 느끼며 살아왔던 것이 서로간의 힘이 되고 위안이었는데, 지금은 마을은 폐허가 되어가고, 농지는 산업단지로 바뀌어가는데, 정작 이분들은 떠나고 싶어도 떠날 곳이 없게 됐다.”며, 행정에서 해당지역 주민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있는지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사업만 밀어붙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비록 남의 땅이지만 자기 손으로 집을 지어 30년을 살아온 사람에게 이사비용으로 딸랑 600여만원만 쥐어주고 나가라는 곳이 이곳 나주시라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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