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역설

  • 입력 2014.05.12 10:56
  • 수정 2014.05.12 11:02
  • 기자명 박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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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역설

우리는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어도 행복하지 못하다고 아우성이다. 정말 산다는 것이 쉽지

▲ 고구려대 교수
▲ 고구려대 교수
않다고들 한다. 제대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반문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눈에 딱 들어오는 책 한권을 발견 했다. 제목을 봐서는 보수니 진보니 하는 정치적인 논쟁거리 같았다.

그러나 전혀 다른 내용이다. 저자인 그레그 이스터브룩은 진보란 의미를 지금의 세상은 경제적으로 발전되고 현대화되어 물질적으로 좋아졌다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1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제목에 이끌려 아마존에 들어가서 열심히 검색을 해보았다. 저자는 뉴스위크나 뉴 리퍼블릭 편집인이며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우리나라에도 2007년에 번역 출간되었는데 “우리는 왜 더 잘살게 되었는데도 행복하지 않은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매력적인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 끝까지 읽어보기로 작정했다. 우리가 진보라는 단어에 민감한 것은 그만큼 정치적으로 포획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간절한 삶의 욕구를 표출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나라는 부국도 있고 빈국도 있다. 부국에도 가난한 자와 부자가 있다. 역시 빈국에도 부자가 있고 가난한 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과거보다 진보되고 발전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실제로 1950년대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수준에서 지금 2만6천 달러면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못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어서 흥미롭다.

아마도 우리는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상대적 박탈감이나 빈부격차 등 정의롭지 못한 사회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첫번째 이유로 나쁜 뉴스를 들고 있다. 실제 상황은 나아지고 있는데도 나쁜 소식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인간의 행태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금활동의 경우 사람들은 극단적인 주장에 기부의욕이 높아지고, 환경단체는 현재 상황을 지옥처럼 묘사해야 모금이 된다고 주장한다.
 
언론 등 뉴스도 비관적인 소식을 전달해야 시청률이 오른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기 주변지역의 소식만을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들이 바로 소개된다. 실제 살인범죄는 줄어들고 있는데, 뉴스에서의 살인은 증가한다. 이러한 언론이나 홍보, 영화 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실제상황을 착각한다는 것이다.

행복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학을 못가도, 결혼을 못해도, 성공하지 못해도 그건 사회적 환경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자기가 무능하다는 책임을 사회에 전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자기책임의 강도가 점점 커진다는 것은 살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행복과 소득도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다 알고 있다.
 
중산층에 도달하기 전 까지는 어느정도 행복과 소득간에 상관관계가 유지되지만 현재사회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중산층을 넘어서면 목표가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만족감이 증가하지 않는다.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불행을 느끼도록 디자인되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진보의 역설”중에서 가장 그럴싸한 이유중 하나가 진화심리학적인 견해이다. 선사시대부터 인간은 폭력적이고 약탈을 자행했다.
 
관대하고 너그러운 착한 인간은 원시경쟁에서 무자비하게 제거되면서 도태되었다. 반면 만족할 줄 모르며 항상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애쓰던 인간들이 살아남아 그들의 유전자가 지금 우리들 몸속에서 꿈틀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불만족 DNA를 대를 이어 유산으로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불만족이 인류 역사를 번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쇠락하게도 만들었다. 세상이 진보한다는 것이 꼭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기억하라는 경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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