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로동선[夏爐冬扇];

  • 입력 2014.06.09 10:45
  • 수정 2014.06.09 10:46
  • 기자명 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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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 곧 철에 맞지 않거나 아무 쓸데없는 사물을 가리키는 뜻으로 무익한 말이나

 
 
재능을 비유하는 사자성어이다.

중국 후한 때 학자 왕충의 <논형(論衡)>에 나오는 말이다.
쓸모없는 재능을 내세우고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 의견을 내 놓은 것은 여름에 화로를 전하고, 겨울에 부채를 내미는 것과 같다. / 작무익지능[作無益之能],납무보지설[納無補之說],독여이하진노이동주선[獨如以夏進爐以冬奏扇],역도이[亦徒耳].

그러나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학문이 높고 재능이 있는데도 연이 닿지 않아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하로동선’처럼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라 하여 비난하였다.
비록 여름의 화로라도 그것으로 젖은 것을 말릴 수도 있으며, 겨울의 부채라도 그것을 부침으로써 꺼져가는 불씨를 살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90년대 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야당 인사들이 깨끗한 돈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하로동선’이라는 고깃집을 본인들이 직접 운영한 적이 있었다.

당시 십여 명으로 구성된 이들이 내건 슬로건은 비록 잘 안 팔리는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지만 이 세상에서 사용하기 나름이지 무용지물은 없다는 이치이다. 아무 쓸모없이 보이는 물건이나 장차 더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가 있다는 말로 이른바 <장자>의 쓸모없는 것의 쓸모(無用之用)의 철학인 것이다.

버린 돌이 주춧돌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많은 분들이 입지를 가지고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경선과 본선에서 낙선이라는 쓴 고배를 마셨다.

다시 여름에 화로를 팔고 겨울에 부채를 팔로 다닐지라도 다음을 기약하는 정치인들이기에 꿈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처럼 당장은 필요하지 않겠지만 나중에 더 긴요하게 꼭 쓸 수 있는 존재가치론으로 그 당위성과 미더움을 말하는 것이다. <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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