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 입력 2015.01.26 14:32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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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6기 강인규 체제가 잇따라 체면을 구기고 있다.
시민소통실을 시장 직속기구로 만들어 소통실장 자리를 놓고 시청내 사무관급을 대상으로 공모를 해도 신청자가 없어 뻘쭘한 헤프닝을 연출하더니 이번에는 일반직(계약직)공개채용 공고를 해놓고 접수 마감날에 철회하는 헤프닝을 또 연출했다.

취임 말기도 아닌 취임 초기에 일어난 일이라 뭔가 어설프다는 느낌이다.
화살은 분명 날렸는데 이게 부러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도 있다.

말로만 소통실이지 실제로는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은 곱씹어볼 만한 하다.
게다가 공개적으로 공고까지 해놓고 문제가 있어서 철회한다는 것은 나주시청 내 공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뭣이 잘못됐을까?
왜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을 맞추기도 전에 부러졌을까?
가장 많은 지적이 위에서 언급했던 소통의 문제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강인규 시장이 추구하는 행정철학이 아직까지 공직사회 내부는 물론이고 시민사회까지 제대로 침투되지도 않았고, 공론화되지도 않았다는 의미다.

강 시장이 추구하는 시정철학, 또는 가장 상징적이라 불릴 시민소통실의 필요성이 지역사회 담론으로 자리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보은인사’ ‘측근기용’이라는 부정적 단어들만 난무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왜 소통이라는 의제를 민선6기 최대화두로 내걸었는지 이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이도 실상 아무도 없다.
시민소통실에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들조차 무엇을 중점적으로 해야할지 매뉴얼조차 갖춰지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만큼 설익었다는 소리다.
여기서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이런 일이 자꾸만 반복되면 공직사회 내에서 시장의 영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
레임덕은 집권 말기에만 오는 것이 아니라 임기 내 어느 때라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공직사회 특성상, 강 시장 체제에서 무엇인가 성취해보고 싶다는 동력이 상실되고 시간만 떼우는 그런 나주시가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시민사회의 시정참여에 대해 극도의 민감함을 보이는 공직사회에 대해서도 분명한 민선6기의 입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민간계약직 채용에 있어서 민선5기에는 아무말도 안했던 이들이 민선6기 들어서는 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개방형 직위를 간섭이나 단체장의 측근 챙기기라는 빌미를 주지 않아야 되지만 역으로 무작정 반대하는 공직사회의 폐쇄성에 대해서도 단체장은 엄중 경고해야 한다.
또 하나 측근정치에 대해서도 언급을 안할 수 없다.

행정을 담당하는 단체장이 무슨 측근정치냐고 하는 사람들은 진짜 순진한 사람들이다. 아니면 세상을 쉽게 살았거나.
강 시장이 측근정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작동시켰으면 좋겠다.

강 시장에게는 공직사회 내에 강 시장과 코드를 맞는 측근들이 있을 것이고, 외부에도 코드가 맞는 측근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개인일수도 있고 또는 세력일 수도 있겠지만, 안과 밖을 경쟁시킬 수 있는 긴장운영을 주문하고 싶다.

시장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결국 함께 정치적 운명을 같이할 측근 또는 정치적 용어로 동지가 꼭 있어야 한다.
없거나 있는데 잃는다면 그 사람은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다.

또한, 이런 말 저런 말에 휘둘려 측근들을 멀리한다면 그 사람은 정치를 그만해야 한다.
공직사회 내부가 됐건, 외부가 됐건, 강 시장과 함께 정치적 운명을 같이 할 민선6기 측근들부터 제대로 정비했으면 좋겠다.

다음에 또 쏜 화살이 부러진다면 이는 곧 강 시장의 정치력 부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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