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감동을 주는 봉사를 하고 싶어요

엄마손 김치 황영미 씨

  • 입력 2015.02.09 09:09
  • 수정 2015.02.09 09:15
  • 기자명 이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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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손 김치 황영미씨
 엄마손 김치 황영미씨
누군가를 돕는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 개인의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100명을 훌쩍 넘는다고 생각을 해보자. 쉬운 일은 아닐뿐더러 개개인마다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이기에 더욱 정성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매일, 매주 김치를 담아, 밑반찬이 가득한 도시락을 싸들고,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환한 미소와 감동을 주는 따듯한 그녀가 있다.
10년 넘게 엄마손 김치를 운영하시는 어머니를 도와, 더불어 찾아가는 봉사 문화를 확산시켜나가는 황영미 씨 이야기다.

직장생활을 하시던 어머니가 같이 근무하던 직원들의 선물용으로 나눴던 김장 김치가 계기가 되었다. 그 맛이 워낙 좋다보니, 주변 이웃들에게도 소문이 자자했던 터, 그녀의 어머니는 주변분들의 권유에 김치사업을 시작했고, 그녀 역시 어머니를 도우며 김치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4남매 중 장녀인 그녀의 어린 시절은 가난함의 연속이었다. 가난은 그녀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불과 20년 전 만해도 주위에는 끼니를 걱정하며 지내는 이웃들도 꽤 많았다.

“늘 배고파했던 기억이 있네요. 누군가가 도시락 하나만 가져다 줬으면 진짜 맛있게 먹었을 텐데, 정말 진심으로 감사했을 것 같은데요”
그녀가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바로 이러한 기억들이 바탕이 됐다. 지금도 비록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그녀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본능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정말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것들인데, 그 사소한 것도 없어서 추운 겨울을 얇은 이불을 덮고 지내시는 어르신들, 마음껏 드시지도 못한 채 끼니를 거르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도 전보다 나은 복지혜택을 받으며 사는 시대이긴 하지만, 분명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혜택에서 제외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9년 전, 불우이웃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업체 중 한 곳으로 선정되어 매주 한 두 차례 무려 167명에게 눈이오나 비가 오나 도시락을 배달하며 그녀는 가난한 현실에 맞설 여력도 없는, 복지의 경계선에 놓인 채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됐다. 베트남에서 온 한 부부의 이야기다.

“저 먼 베트남에서 온 부부가 있어요. 고향 땅 가족의 생계 부양을 위해 코리안 드림을 꿈꿨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죠. 외국인 노동자의 삶이란 생각보다 힘겨워요. 병원 한 번 가는데도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다 보니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요. 그런데 최근에 아이가 생겼어요. 임신 초 검사들부터 해서 병원을 가야하는데, 그럴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거예요”

“내국인들도 제대로 된 복지 혜택을 못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신경을 써주겠어요. 자녀를 둔 부모 마음은 다 같은데,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손잡고 병원을 갔죠”

임산부를 위한 기본 진료서부터 생필품과, 먹을거리 구입까지, 임산부가 우울해 할 때면 이야기 벗이 되 주는 것 까지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손길을 거쳤다.

“가끔은 아쉬운 마음도 있지요. 주어진 재료로 최선을 다해 정성스레 만든 반찬인데, 기호에 안 맞으시다며, 맛이 없다며, 반찬이 이게 뭐냐며, 시에 민원을 넣으시는 분들이 간혹 계셔요. 100분이 넘는 개개인의 입맛을 다 맞추긴 힘들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조금 서운해요.

베트남 부부의 이야기는 그녀의 선행 중 빙산의 일각인 듯하다.
 
 

지난 4일, 나주생협(로컬푸드 나주 배꽃 소비자 생활협동조합) 주관으로 실시된 김장 봉사에 엄마손 김치가 두 손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른 오전부터 생협 회원들과 함께 김장을 시작한 영미씨와 그녀의 어머니는 150박스나 되는 양의 김장용 배추와 양념 등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날 정성스레 담겨진 김치는 지역 아동센터에 100박스, 전남사회복지관에 30박스, 영산포 초등학교 조손가정에 20박스씩 각각 전달됐다.

“가난했던 지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제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비록 큰 재산과 소득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제 생활에 너무 감사하고, 큰 행복이라 느낍니다. 앞으로도 제가 받은 이 행복을 사회에 환원하는 마음을 갖고 함께 나누고 싶어요”

선한 사람은 욕심까지도 선하다고 했던가. 그녀의 선한 욕심이 지역 사회 곳곳에 뿌려지길 기대하며, 그녀가 추구하는 봉사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 본다.
“물질도 중요하지만 진실된 마음이 동반되는 그런 봉사를 하고 싶어요. 마음에 감동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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