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맥가이버’ 김대중 교관

“함께 쓰는 농기계, 내 것처럼 소중하게”

  • 입력 2015.03.09 09:54
  • 수정 2015.03.09 09:57
  • 기자명 이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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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농기계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한 해 동안 쉼 없이 피와 땀을 흘리며 그 고생을 하면서 논과 밭을 일궈도 농민들이 빚을 지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자그마치 수 천 만원을 호가하며 왜 그리 비싼지도 알 수 없는 농기계 구입 가격이었다.

고심 끝에 큰 맘 먹고 구입한 농기계가 고장이라도 날 때면 족히 몇 십 만원이 들어가는 수리비용에 농민들의 시름은 더해져만 갔으니, 살기 좋은 농촌은 옛 말이 된지 오래, 쌓여만 가는 빚을 탕감하기 위해 풍작의 기쁨은 고사하고 빚의 홍수 속에 농민들은 허우적거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가뭄에는 단비가 제격, 이렇게 암담한 농촌 현실 속에 천군만마와 같은 희소식이 전해졌으니, 바로 저렴한 가격에 값 비싼 농기계를 임대해 사용 할 수 있는 ‘농기계임대사업소’의 개소가 바로 그 것이었다.
최초로 지난 2007년 동수동 농기계 임대사업소 본점개소(현재 건물은 2012년도 확장되어 운영)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금천, 문평, 봉황에 분점이 차례로 개설되며, 그동안 농기계로 인한 고충을 겪던 농민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동수동에 본점에서 무려 20여년째 농기계를 벗 삼아 오늘도 마을 곳곳을 순회하며 농기계를 수리해주고 더불어 농기계의 올바른 사용방법을 농민들에게 전수해주는 김대중(52) 교관은 그 이름에서 풍겨오는 아우라에 걸맞게 우리 지역 농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대중인사’다.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성심껏 도와드리는 것이 현직에서 유일한 보람이자, 목표다”고 언급한 농민들의 맥가이버 김대중 교관.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업소 내 맡고 계신 주요 업무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린다.
“가장 기본적인 업무에 대해 간략이 나열을 해보자면, 가장 비중이 높은 농기계 수리부터 반출, 반납. 농업기계 현장교육, 마을 순회수리 등의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마을 순회수리라면 마을을 돌아가며 직접 찾아가 고쳐준다는 말씀이신지.
“그렇습니다. 관내 20개 읍면동에서 공문을 띄워 선정된 마을을 돌며, 농민들이 사용하는 농기계를 수리합니다. 올해와 같은 경우 각 마을마다 총 2차례씩 순회할 계획인데, 작년에 비해 횟수가 적은 편이지만 대신 농기계의 이론과 실습을 알차게 배울 수 있는 현장교육이 보다 더 강화될 방침입니다.

▶(직접 찾아가 수리해주면)농민들이 많이 좋아하실 거 같다.
“물론이죠, 거의 열렬한 환영 수준에 가깝습니다(웃음). 아무래도 농사를 앞두고 농기계는 자신들의 수족과 같으니까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저를 비롯한 직원들은 기본적인 수리뿐만 아니라 왜 고장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올바른 사용법과 오작동의 원인, 안전에 대한 교육을 중점으로 설명해드립니다. 그러다보니, 많이 좋아들 하시구요. 보람도 느끼고 합니다.

▶농기계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데.
“저도 가끔 소식을 접하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농기계로 인한 사고는 사소한 곳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날이 저물었는데도 ‘조금만 이것만 더 하고 가야지’, 또는 물품 적재해 옮길 때도 정량을 초과하며 ‘한 번에 싣고 가야지’ 등 사소한 욕심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올해 이론 교육을 강화한 이유도 바로 이런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죠. 교육 일정을 미리 숙지하시고, 꼭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00개가 넘는 농기계를 일일이 수리, 관리하기엔 고충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적게는 5천원에서 많게는 10만원까지, 임대비용에 대해 불만을 가지시는 분들이 간혹 계셔요. 사실 지원되는 예산이 그리 넉넉지 않다보니 현실적으로 새로운 농기계를 구입하는데는 정말 어렵습니다. ‘구식기계를 가져다 놓고 돈을 받고 빌려주냐’는 등 항의도 하시고 민원도 제기하시죠. 그럴 때 좀 힘이 들어요. 사실 개인이 값비싸게 구입해서 한번 씩 사용하려고 해도 유지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조금 서운한 생각이 듭니다”
“가장 큰 고충은 내 것이 아니다 해서 함부로 사용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겁니다. 공용물품이긴 하지만, 빌려간 이후만큼은 내 물건이다 생각하시고 소중히 사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고장 난 기계가 반납되다보면 다음 순서로 기다리시는 분들이 불편을 겪으시고, 그러다보니 또 불만이 생기시고..” “주인의식 꼭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내 것처럼 소중하게”

▶(뜬금없지만)이름에 따른 사연이 많으실 것 같은데.
“그러게요. 좋은 점은 농민분들이 제 이름을 외우기가 쉽다는 점 아닐까요. 지역 정서상 조금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도 합니다(웃음). 학창시절에는 이름 때문에 더 지적도 많이 당하고 그랬던 아렴풋 기억이 나네요.”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꼭 한마디 하고 싶어요.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그 맘 변치 않고, 힘들더라도 열심히 해줬으면 합니다. 사실 육체적으로 힘들기 보다는 조그마한 실수로 인해 문책 받을 때가 많아요. 부정적 부분만 부각되는 경우도 그렇구요. 더군다나 올해 들어서 계약 만료로 직원이 4명이 줄었어요. 하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활성화도 되고 또 좋은 일들이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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