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찬아빠의 주부이야기

  • 입력 2015.05.04 14:31
  • 기자명 김철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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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달리 베란다 창문 밖은 자욱한 안개가 바닥에 드리우고 있었다. 옆에서 뒤척이는 아들 녀석 등위로 이불을 쓸어 올려 주고 부엌으로 나섰다.

사실 교육이 있다하여 출장간 아내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어제 아들 녀석의 일기를 훔쳐보니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한 글자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배어져 있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주말동안 미처 설거지 하지 못한 그릇들이 싱크대를 넘어서려 하고 있었다. 김장용 고무장갑을 끼고 사기그릇부터 조심스레 닦기 시작했다.

이 장갑은 손에 그립감이 좋아 설거지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왜 이걸 진작 몰랐을까 자책하며 빈 선반을 하나 둘 채워나갔다. 마음도 채워지는 묘한 느낌이 교차했다.

때맞춰 눈을 비비고 나온 아들 녀석이 잠이 덜 깨었는지 거실 소파 앞에 앉아 있었다. “잘 잤어. 아들!” 돌아보며 따뜻한 목소리 한번 날려주었다. 어제 사다놓은 콘프라이트에 우유를 더해 가져다주었다.

평소에는 우유를 마시지 않던 녀석이 잘도 먹는다. 요즘 예전과는 다르게 녀석의 손 공격이 제법 매섭고 아프다. 게다가 불쑥 상황에 맞는 고급(?)어휘를 쓸 때 깜짝 놀라게 된다.

에고!' 늑장부리다 8시 5분. 에듀버스는 늦은 것 같다. 다음은 15분차다. 서둘러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단지 화원을 가로질렀다.

아들과 손잡고 정문을 향해 힘차게 내달렸다. 뛰는 순간순간 봄 꽃 내음이 코를 기분 좋게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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