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 입력 2015.05.11 13:39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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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는 농업도시가 맞는 것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주는 혁신도시라는 신기루 같은 존재로 인해 도시의 정체성이 급격한 전환기를 맡고 있는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고층 건물이 올라가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화이트칼라층이 원도심에도 심심찮게 눈에 띤다.

혁신도시가 점점 가시화됨에 따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경제논리가 지역사회 곳곳에서 작동되고 많은 이들의 관심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어떤 이는 보상비로 인해 팔자가 바뀌었다는 이들도 있고, 무엇을 해야 혁신도시로 인해 나주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더 좋아질까 고민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인구 5만의 자족도시가 만들어질지, 새로운 신도시로 인해 나주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들의 기억속에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농업이다.
여전히 지역경제 2/3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농업이고, 나주사람 절반 이상이 농민이지만 농업이라는 화두는 지역사회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얼마전 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한국농산물유통공사 앞에서 농민회 소속 회원들이 양파값 폭락에 항의하는 기습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지역사회에 이슈로 자리잡지도 못했다.

이상 기온으로 인해 과실이 제대로 착과되지 않아 과수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역사회 관심 또한 미비하다.
농업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농업, 그리고 농민들은 지역사회 중심에 자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요즘 지역사회 대세는 누가 뭐라 해도 도시재생에, 에너지밸리, 그리고 기관이나 기업유치다.
원도심을 어떻게 개발할 것이냐에 총력을 쏟고, 지역문화 유산을 어떻게 보존 또는 개발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 때 “농업이 흉년 들면 시내권 장사도 휘청거린다”는 우스갯 소리마저 지금은 깨끗이 사라진 듯하다.
이것이 시대적 흐름인지, 아니면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비롯된 것인지, 원인여하를 불문하고 나주는 분명 농업도시지만 시민의식이나 행정에서 그에 따른 정책이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은 농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경제논리적인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농업만의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식량안보의 문제, 온난화와 관련된 환경의 문제, 그리고 후손에게 물려줘야할 자연유산의 문제까지 농업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봐야한다는 주문이다.
그나마 나주시에서 최근 도시재생지원센터와 로컬푸드지원센터를 개방형 직위로 운영하고 있는 것에 안도와 함께 기대를 건다.

단, 도시재생지원센터에 대한 시민들의 과도한 관심이 로컬푸드지원센터에도 함께 이뤄졌으면 좋겠다.
나주라는 도시를 어떻게 가꾸어갈 것인지에 꼭 지역농업도 주요화두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이 결국엔 잘 먹고 잘살자는 이야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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