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하는 나라

  • 입력 2015.05.18 15:11
  • 수정 2015.05.18 15:12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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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하고구려대학교 교수
▲ 박상하고구려대학교 교수
결혼을 인륜지대사라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행하는 일 중 가장 큰일 이란 뜻이다. 그런데 그 큰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우리주위에 많아지고 있다. 안타까움을 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결혼 안하는 것이 자유롭고 멋있는 삶이라고도 한다. 자신의 취미와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살기도 바쁜 세상이기에 결혼을 장애물로 생각한다. 결혼의 의미를 여기서 따질 일은 아니지만 혼인이란 표현이 정확하다고 한다. 결혼의 어원은

일제강점기의 잔재이며 남녀평등에도 위배된다니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단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결혼에 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여자는 72.2%가 결혼을 선택 사항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반면 남자는 절반 정도인 56.6%만 선택사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결혼하고 싶어도 짝을 찾지 못하는 남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라는 국가의 명령이 무색하다.
 
예전에 비하면 여성입장에서 결혼 생활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출산과 육아 부담 때문에 아무래도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한 상황이다. 결혼조건에 대해선 남녀 모두 1순위로 성격, 2순위로 직업을 꼽았다. 3순위가 남성은 외모와 키를, 여성은 집안, 경제력이라고 답했다.

경제활동 주체에 대해선 응답자 61.5%가 맞벌이를 선호했다. 결혼한 자녀와 부모가 같이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여자 96.8%, 남자 87.4%가 반대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결혼은 자유의지에 맡기는 것이 옳다. 본인 스스로가 결혼을 안하겠다고 하면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결혼을 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못하는 경우는 다르다. 그렇다면 결혼을 못하게 하는 원인을 찾아 해결해주면 될 것 같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더 큰 문제다.
 
과거 표준적인 인간생활의 필수메뉴에 포함되었던 결혼이 이제 선택가능한 디저트로 변하면서 동서양을 불문하고 질적인 전환의 끝을 알 수 없다. 결혼과 비결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결혼은 미친 짓처럼 풍자되기도 한다.

이렇게 결혼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귀한 존재가 되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는 어느새 사포세대가 되어 있었고, 곧이어 오포세대가 등장했다. 그리고 기어이 칠포세대를 만나고 있다. 우리의 이십대는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인간관계, 내집마련, 취업,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포기했다고 말한다. 몇 개의 신조어를 더 채워야 포기행진을 멈출 수 있을까.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88만원 세대에서 장미족까지. 그들은 말한다. 남들 하는대로 옆길로 새지않고 달려왔지만 여전히 불안하다고. 정규직으로 취업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이런 현상은 일본에서 사토리세대라고 한다. 또한 젊은세대를 불확실하고 애매하다고 해서 메이비 세대(Generation Maybe)라고도 하는 것 같다.

결혼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로 남성은 결혼비용 부담을, 여성은 출산과 양육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결국 돈이다. 돈 문제를 해결하려면 취업이 되어야 하고 비로서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 결혼이 냉혹한 현실적인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과거처럼 의무로 살고, 법 때문에 살고, 집안 어른들 눈치 때문에 살지 않는다. 결혼만 선택이 아니라 이혼도 선택이다.
 
그래서 남녀간에도 긍정적 사고와 정서적 교감이 중요하다. 요즘말로 뇌가 섹시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준수한 외모와 안정된 직장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적절한 유머와 감성적인 소통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결혼이 누구나 부담없이 향유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이 되어간다면 미래는 더욱 불확실하다. 스펙 쌓기와 일자리 전쟁으로부터 이십대를 구출하는 국가적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최소한 희망을 꿈꾸는 청춘들에게 결혼할 권리까지 뺏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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