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도 훌륭한 도시재생 자원이다

  • 입력 2015.05.26 11:15
  • 수정 2015.05.26 11:17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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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진상동신대 교수
▲ 조진상동신대 교수
                 군자는 대로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유럽의 많은 관광지는 좁은 골목길에서 비롯된다. 좁은 골목길은 사람을 편안하고 정겹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골목길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대구 근대문화 골목길 조성사업이다. 쇠락한 골목길을 근대문화유산과 독특한 이야기로 포장해 한해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변모시켰다. 부산의 감천문화마을도 차가 다니기 어려운 산동네 좁은 골목길에 문화와 예술의 색깔을 입혀 도시재생과 관광활성화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나주 읍성권에는 많은 골목길이 있다. 연애고샅길, 보리마당길, 징고샅길, 향교길 등 이름만 들어도 정겨움이 가득하다. 주거환경개선사업 때문에 원형 그대로의 골목길이 많이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읍성권의 골목길은 규모가 매우 크다. 쇠퇴한 작은 도시의 중심시가지에 있는 낡고 허름한 골목길들이지만 옛 정취가 가득한 흙돌담길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도 하다.

영산포에서 가장 큰 자원은 뭐니뭐니해도 영산강이다. 우리나라에서 큰 강을 끼고 있는 강변도시가 그리 많지 않다. 홍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강가에 도시를 건설하지 않았다. 낙동강의 대표적인 강변도시가 안동이고 금강에서 대표적인 강변도시가 공주라면 영산강에서는 단연 나주, 그중에서 영산포다.

영산포에도 선창 홍어의 거리 (영산3로), 죽전골목 (남교본영길)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만한 골목길이 남아 있다. 영산포의 골목길은 영산강이 직접 바라보인다는 점에서 통영의 동피랑이 바다를 바라 볼 수 있는 경관을 갖고 있는 점과 맥을 같이 한다.

나주에서 골목길 정비 및 경관조성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나주읍성권 서부길 정비사업, 영산포 홍어의 거리 정비, 영산포 삼남길 정비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읍성권 골목길 정비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읍성권 협의체 주관으로 서부길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열띤 논의와 대안제시가 이어졌다. 주민참여 방식으로 골목길 정비의 방법을 탐구해 보는 자리였다.

골목길을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골목길마다 나주의 주요 역사인물을 테마로 부여해 특색있는 골목길을 정비할 수 있다. 나주의 대표적인 역사인물로는 고려를 개국한 태조왕건과 장화왕후, 조선 중기 대표적인 학자이자 시인인 백호 임제, 한글을 창제에 큰 공로가 있는 신숙주, 거북선을 제작한 나대용, ‘엄마야 누나야’를 작곡한 안성현 등을 들 수 있다.

골목길마다 특색있는 꽃길을 조성할 수도 있다. 장미골목, 튤립골목, 능소화골목을 예로 들 수 있다. 골목길에 특색있는 공공미술을 설치하고 페스티벌을 개최할 수도 있다. 예술가들에게 골목길 하나씩을 분양해 작품을 설치하게 하고 우수 작가에 대해서는 작가의 이름을 붙여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골목길의 주택과 상가에 이야기 문패를 달아 주는 것도 주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시도할 만하다. 골목길에 LED 조명, 청사초롱길 등 야간 경관 조성을 통해 밤에도 걷고 싶은 골목길을 만드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수 있다.

골목길을 자원화하는데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의사가 중요하다. 주민들에게는 재미있는 볼거리 제공 뿐만 아니라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들과의 폭넓은 공감대 형성 없이 단지 외부 관광객이 구경거리로 골목길을 기웃거리는 것으로는 결코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오히려 프라이버시 침해로 주민들의 삶이 크게 방해받을 수도 있다. 골목길을 자원화하는데 있어서 주민참여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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