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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도시의 미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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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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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향 학예연구사
시간에 향기를 더하다
과거와 공존한다는 것은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정체성은 오래된 도시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방향등이 된다. 언젠가 나주를 방문한 분이 하신 말씀이다. “시간에 향기를 더하면 숙성이 되고 시간에 속도를 더하면 속성이 된다” 참으로 멋지고 의미 있는 내용이다.

오래된 도시 나주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 시민이라면 꼭 한번쯤은 새겨볼만하다. 나주라는 켜켜이 쌓인 오래된 도시에 향기를 더할 것인지, 속도를 더할 것인지는 오롯이 지금 나주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기에 깊이 곱씹어볼 일이다.

사람이 향기가 되는 도시
나주에 향기를 어떻게 더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결국 사람이 향기가 되는 것이 답인 것 같다. 세계인들은 오래된 도시를 그리워한다. 오래된 도시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 아름다운 경관, 삶의 흔적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도시에는 그것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지키고 가꾸어 온 사람들의 향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나주는 어떠한가? 지금 우리의 숙제는 나주 정체성에 향기를 더해 숙성된 나주 문화로 우리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고 많은 사람들의 그리움을 채워주는, 오래된 도시 나주다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본다. 결국 향기를 지닌 사람을 모으고 키우는 것이 나주다운 미래에 도달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나주향기를 만드는 사람 1 - 예인
필자가 나주 민속을 조사하면서 많은 나주인의 인터뷰 속에서 ‘김두째’라는 인물과 마주한 적이 있다. 얽은 얼굴에 젓대를 잘 불었던 그는 나주 읍내에서 내노라 하는 놀이판과 잔치판에는 빠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특히 나주읍내 여인네들의 봄놀이이자 그날만큼은 여러 계층이 차별 없이 어울렸던 나주만의 유명한 놀이판인 ‘삼색유산놀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예인이다. 나주삼현육각에도 참여했던 그는 요즘으로 말하면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던 스타였다.
 
이제는 나주 원로들의 이야기 속에서만 만날 수 있지만 나주예술의 향기를 지닌 인물임에 틀림없다. 또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나주목 관아에서 행해졌던 대표 춤인 ‘호남검무’ 예인이 1980년대까지 남산 아래에 살며 당시 나주중앙국민학교에서 어린 후배들에게 전수활동을 했었다.
 
지금은 그들을 만날 수도 전수자를 찾기도 어렵지만 이런 문화예술을 통해 나주에 향기를 더할 수 있다. 시민들이 나주문화에 젖고 문화의 힘으로 나주를 숙성시켜가는 미래를 위해, 우선 나주예술을 전승하고 만들어가도록 예인을 모으고 키워내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나주향기를 만드는 사람 2 - 장인
나주읍성 안에는 관아가 있었고 관아 주변에는 많은 장인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관아에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 공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부채, 木物, 竹物이 있다. 부채를 만들던 김홍식 장인은 서문안에 살며 마지막까지 부채를 만들었고, 이소목방과 손소목방으로 대표되는 목공예품 공방이 있어 ‘나주목물’의 자긍심을 이어갔다.
 
나주천변에는 왕대밭이 있어 갖가지 죽물을 만들어냈는데 어찌나 성했던지 나주인들은 돈을 버는 밭이라는 뜻에서 ‘생금밭’이라 부를 정도였다. 지금은 대표적으로 김춘식 중요무형문화재 소목장 기능보유자와 김막동 옹이 목물과 죽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나주다운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을 키우는 것은 나주에 향기를 더하기 위해 끈기있게 해나가야 할 숙제이다.

나주향기를 만드는 사람 3 - 동네 지킴이
천년도시 나주가 나주다운 모습을 유지한 것은 동네 장인들의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붕을 고치고 담장을 쌓고 초가이엉을 잇고 구들을 놓고 굴뚝을 세우고 집을 짓던 동네 장인들이 있어 지금 우리가 나주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시대에 맞게 나주다움을 만들어가야 한다. 동네 문화, 동네 민가, 동네 고샅길, 동네 이야기를 지키고 나주답게 키워가는 다양한 동네 지킴이들을 키우는 것은 오래된 도시 나주에 꼭 필요한 향기를 더하는 숙성과정이다.

사람을 키우는 오래된 도시의 힘
얼마 전에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되기 전 제작사의 광고에서 “문화는 ○○가 제일 잘하는 일이니까요”라는 문구를 보면서 우리 나주가 제일 잘하는 일은 무엇일지를 생각한 적이 있다. 나주가 나주다움을 갖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하고, 나주가 어느 도시보다 잘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천년동안 많은 예인과 장인과 지킴이들이 나주다움을 만들어내는데 큰 몫을 했던 것처럼, 미래 나주다움의 핵심에도 그들이 있어야 한다. 그들을 키우고 모으고 지켜가는 것이 나주의 힘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이를 위해 나주지킴이 학교를 만들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사람을 키워가는 것을 제안한다. 결국 오래된 도시 나주의 미래는 사람의 힘으로 되살아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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