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나

  • 입력 2015.08.03 10:15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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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시간은 저녁 11시를 넘어가는데도 상가마다 불이 하얗다. 주로 유흥업소지만 사람들로 북적인다. 최근 가장 사람이 붐비는 곳이 단연 바(BAR)란다. 그냥 쉽게 말해 술집이다.

손님들도 각양각색이다. 넥타이라 지칭되는 화이트칼라부터 지역민으로 보이는 농사꾼까지 수많은 이들이 들락거린다.

도로까지 주차장으로 점령되어 차를 파킹하기가 쉽지 않다.
자정이 다 되갈 무렵 상가들이 하루 일상을 마치고 종업원들이 청소를 할 때쯤 파하는 상가도 여럿 눈에 띈다.

이곳이 어디일까?
혁신도시다. 아직까지는 일부지역에 머무르는 풍경이지만 이러한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나주 원도심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듯해 씁쓸하다.

그나마 상권이 밤늦게까지 활발했던 대호지구도 인근 대학교가 방학에 들어감에 따라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도시가 급격하게 상권의 블랙홀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불길하다.

불과 몇 달전만 해도 혁신도시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원도심을 찾아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고, 새로운 볼거리를 찾았다.

원도심 내 일부 식당에서는 혁신도시 특수를 누리며 즐거운 환호성을 질렀다.
점심 시간이면 넥타이부대들이 줄을 이었고,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을만큼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그러한 특수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지를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시쳇말로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이제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원도심 원정이 예전 같지 않고 혁신도시 내에서 해결해가는 분위기가 많다고 한다.

서로를 알아가는 허니문 기간이 끝난 것인지, 아니면 인테리어부터 식단까지 깨끗하고 깔끔하게 꾸미고 있는 혁신도시 내 상가들의 상술이 먹히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달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혁신도시 쏠림현상이 시작된 것인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자칫 심화되면 혁신도시로의 쏠림화와 함께 구도심의 공동화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한 일순간의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혁신도시 불야성이 가지고 있는 유인효과는 상당하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욕구가 높아질수록 원도심은 산토끼가 아닌 집토끼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다.

최근 나주시는 도시재생사업에 올인한 느낌이다.
마치 도시재생만 성공하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라는 ‘전가의 보도’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이다.
하지만 실상 속을 들여다보면 기대치에 비해 예산도 적고, 그에 따른 파급효과 역시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도시재생을 적어도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 관심 가졌을 경우에 해당사항이다. 진정한 도시재생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식구조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새겨봐야 한다.

해당 지역주민들의 진정한 주인의식과 공동체에 대한 인식공유가 출발선상에 있어야 도시재생은 성공한다는 아주 원론적인 입장.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하드웨어는 그 다음이다.
행정에 의존하고, 예산에 의존하고, 전문가들에게 휘둘리는 그런 도시재생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혁신도시라는 거대한 블랙홀을 마주하고 있는 작금의 나주시 원도심.
위기의 경고등이 지금 켜지고 있다.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도시재생사업이라는 하나의 방법을 통해 블랙홀을 극복하고 싶다면 그 변화의 시작을 바로 우리부터라고 말하고 싶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주변과 함께 하려는 공동체 의식.
문화가 달라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그런 풍토부터 만들어가는 것이 도시재생의 첫 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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